제주의 꽁초 먹는 '하마' 아시나요…버려진 부표의 두 번째 일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어린이 그림으로 태어난 수거함…비우고 돌보는 '깨봉이'
담배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부담…프랑스는 기업에 처리 책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제주=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장으로 '2026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를 인터뷰한 뒤 편의점에 들렀다. 그 앞에는 제주 바닷빛을 닮은 작은 수호신 둘이 서 있었다. 나무 받침대 위에 놓인 농구공 크기의 몸통에는 초록색과 노란색 그림, 빨간 '냠냠' 글씨가 어우러졌다. 꽁초를 넣는 작은 구멍과 뚜껑을 여닫는 경첩도 달렸다. 제주에서 만난 담배꽁초통 '바담깨비'다.
바담깨비의 몸통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부표다.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려 새 쓰임을 줬다. 이름은 '바다에서 온 담배꽁초 먹깨비'라는 뜻이다. 2021년 가을 제주 시민단체 지구별약수터가 어린이 활동가 모임 '지구별키즈'와 캠페인을 시작했다. 거리와 해안에서 쓰레기를 줍던 아이들은 곳곳에 버려진 꽁초를 만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꽁초 버릴 곳을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를 떠돌던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를 받는 그릇이 됐다. 부표의 둥근 형태를 살리고 저마다 다른 그림을 입혔다.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안내에 아이들의 그림을 더했다. 바담깨비는 해안가를 넘어 상가로도 들어갔다. 2022년 11월에는 제주시 중앙로 상점들이 설치에 참여했다.
작은 꽁초가 문제가 되는 것은 눈에 거슬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 필터는 플라스틱을 포함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전 세계에서 해마다 약 4조 5000억 개의 담배 필터가 버려져 바다와 강, 거리와 토양을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필터를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담배의 환경비용은 불을 붙이기 전부터 발생한다. 담뱃잎을 재배하고 가공해 제품을 만들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토지가 쓰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같은 발표에서 담배 산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8400만 톤이라고 추정했다. 꽁초가 남기는 플라스틱 오염과 담배 생산·유통이 남기는 탄소배출은 서로 다른 단계의 부담이다.
알록달록한 그림 뒤에는 꾸준히 손을 보태는 사람들이 있다. 바담깨비를 돌보는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깨비를 돌보는 봉사자'라는 뜻의 '깨봉이'로 불린다. 아이와 함께 해안을 돌보는 가족도, 쉬는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부표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수거함을 돌보는 일은 반복된다. 통이 차면 비워야 하고 주변에 떨어진 꽁초도 주워야 한다. 예쁜 수거함을 몇 개 설치했는지만으로 캠페인의 성과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설치 장소와 함께 수거와 청소를 맡을 사람, 처리 비용도 정해져야 한다.
그 비용을 시민의 수고로만 메워야 하는지도 남는 질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담배 제조·유통업체가 폐기물 관리 비용을 부담하는 생산자책임제도를 운영한다. 담배업계가 참여한 폐기물 관리기구 알콤(Alcome)의 '2025년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초지자체 2001곳이 계약을 맺었다. 알콤은 생산자가 낸 돈으로 지자체의 꽁초 청소 비용을 지원하고 수거함 등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버려진 부표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제 어른들이 할 일은 그 모습을 귀여워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이다. 피운 사람은 꽁초를 제자리에 버리고, 만든 기업은 제품이 남긴 오염을 줄이고 처리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바담깨비에 쌓인 꽁초를 치우고 처리하는 책임까지 아이들과 봉사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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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