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위로한 '나는 반딧불'…기후위기엔 살아남을까 [황덕현의 기후 한 편]
기온 30도 넘으니 사육실험서 부화율 반토막…습도 영향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아빠를 잃은 소녀 서윤이는 어둠이 두렵다. 그런 소녀가 작은 반딧불과 함께 잃어버린 마음의 빛을 찾아 나선다. 서울 강남구 예림당 아트홀에서 개막한 어린이·가족 뮤지컬 '나는 반딧불'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무주의 숲을 모티브로 꾸민 무대에 가족의 사랑과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뮤지션 정중식 씨(43)가 부른 뒤 가수 황가람 씨(41)가 리메이크한 동명의 노래를 바탕으로 무대가 섰다.
작품에서 반딧불은 어둠을 두려워하는 소녀를 돕는다.
현실의 반딧불이(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게 어둠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가는 조건이다. 많은 야행성 반딧불이는 빛으로 짝을 찾는다. 그 빛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려면 밤의 어둠뿐 아니라 알과 애벌레가 살아갈 온도와 수분도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서식지 훼손·빛공해와 함께 반딧불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온이 높아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2003년 '한국응용곤충학회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애반딧불이 사육 실험에서 알의 부화율은 23도에서 93.9%였지만 30도에서는 46%였다. 암컷 성충의 수명도 20도에서는 20.4일, 30도에서는 5.8일이었다.
일정한 온도에서 기른 실험이어서, 기온이 30도를 넘을 때 야생 반딧불이의 생존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결과는 아니다. 다만 반딧불이의 번식과 발육에 온도가 중요하며, 더 높은 온도가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을 짐작게 한다. 극단적 폭염이 잦아지고 길어지는 환경은 반딧불이의 번식과 생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딧불이는 종에 따라 2년 이상을 애벌레로 보내지만 성충으로 사는 시간은 몇 주에 그치기도 한다. 알과 애벌레는 건조에 취약하고, 먹이가 되는 달팽이 등도 수분의 영향을 받는다. 가뭄으로 서식지가 마르면 반딧불이와 먹이가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후와의 연관성은 해외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2024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오브 더 토털 인바이런먼트'에 발표된 분석에서는 기후·날씨·토양 상태 등이 서로 맞물려 반딧불이 개체수와 연관돼 있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 조건이 좋아져 개체수가 늘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개체군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반짝이는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미시간에서 2004~2015년 반딧불이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성장기에 누적된 온도가 성충의 활동 시기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여기에 강수량이 유난히 많거나 적은 해에는 활동이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뮤지컬 속 반딧불은 소녀가 어둠을 견디도록 돕는다. 무대 밖에서 그 빛이 이어지려면 반딧불이가 살아갈 숲과 습지, 짝을 찾을 어두운 밤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야간 조명을 줄이고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더해 온난화를 늦추는 일도 작은 빛의 생존과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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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