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견제 강화한 韓 전기차 보조금…배터리·AS 강점 국산차 비교우위

LFP배터리 보조금 삭감, 정보수집장치 未탑재 테슬라도 영향
'주행거리·충전속도·재활용성' 방점…"안전·친환경성 더 강화"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2023.9.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올해 주행거리와 충전속도, 재활용성을 종합 평가해 전기차 보조금에 차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공개했다. 보조금 상한과 규모는 다소 축소됐지만 국내업체가 강점을 가진 기술력과 안전·사후관리 평가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미국 업체들에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경부는 6일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지침을 행정예고 했다. 올해 보조금은 8500만원 미만이 대상이란 점에선 동일하지만, 보조금을 100% 지급받기 위해선 전기차 가격이 55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보조금 지급요건을 모두 달성했을 경우 전기승용차 보조금 상한액은 650만원으로 작년보다 30만원 줄어든다.

올해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성을 꼼꼼히 따져 보조금에 차등을 둔 부분이다. 배터리 밀도가 500Wh/L를 초과해야 보조금 전액을 챙겨갈 수 있어 밀도가 리터당 400Wh 이하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쟁력이 낮아졌다.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생산비용은 30%가량 더 저렴하지만 재활용할 수 있는 유가금속이 리튬, 인산철로 제한적이다. 재활용성이 높은 NCM배터리에 비하면 폐배터리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속 가치가 30% 안팎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중국이 비교우위를 보인 LFP 배터리 보조금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NCM배터리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NCM배터리를 주로 탑재해 온 국내 완성차업계도 중국산 전기차에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도 더 많은 보조금 수혜를 위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방안으로 LFP배터리 도입을 늘려가는 추세였다. 환경부의 이번 개편안에 따라 LFP배터리 사용 시 낮아지는 출고가와 보조금 액수 간 간극을 면밀히 분석해 탑재 배터리 정책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럽은 EPR 제도를 도입해 재활용되지 않는 부분은 시장에 진입시키려면 분담금을 낸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마련한 것"이라며 "LFP를 특정하지 않고 각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했고, 이에 맞춰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도록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온보드진단기) 탑재차량 구매 시 배터리안전보조금 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은 테슬라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자사 기술보호 등을 이유로 OBD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사후관리계수 기준을 강화한 것도 국내 업체들에는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직영 정비센터 1개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전 권역 직영 정비센터 운영'으로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제조기반이 국내에 있고 사후관리 서비스가 용이한 국산차 업체들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미국, 중국 업체로선 국내 추가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부의 올해 보조금 개편은 국내업체들에 유무형의 경쟁력을 부여하면서도 친환경적 평가요소를 대폭 강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술 혁신을 유도해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국내 인프라 확충에 전기차업계 전반의 투자노력을 독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의 전기차 할인 인센티브를 보면서 어느 정도 전기차를 싸게 내놓을 수 있는지 시장상황을 보며 작년 전기차 보조금 기준인 5700만원을 5500만원으로 낮췄다. 내년에는 5300만원으로 더 낮출 것"이라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마련했고, 이같은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