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6.3% 인상 요구에…美 '일자리 1만8000개 쇼크' 남 일 아니다

美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최저임금 25% 인상 뒤 일자리 1만8000개 증발
스페인도 22% 인상 뒤 실업확률 1.7%p↑…국내 인상폭 논의 본격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2027년도 최저임금을 16.3% 인상된 1만 2천원을 요구하고 있다. 2026.6.25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요구하면서 인상 폭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서면서 최저임금 심의가 팽팽한 대치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는 최근 20% 안팎의 큰 폭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감소나 실업 위험 증가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스페인 사례 분석에서는 대규모 최저임금 인상이 업종별 일자리 감소와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약화로 이어졌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한국의 인상 폭 논의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최저임금 25% 올리자 일자리 1.8만개 감소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패스트푸드 업종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린 뒤 해당 업종 일자리가 약 1만 8000개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캘리포니아주가 2024년 4월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 노동자에게 시간당 20달러의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한 이후 고용 변화를 분석한 워킹페이퍼를 공개했다.

당시 패스트푸드 업종에 적용된 별도 최저임금은 캘리포니아주 일반 최저임금(시간당 16달러)보다 25%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분기별 고용·임금 조사 자료를 활용해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업종과 미국 내 다른 지역의 패스트푸드 업종 고용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법제화된 2023년 9월부터 시행 이후인 2024년 9월까지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업종 고용은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2.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고용 추세를 보정할 경우 상대적 감소 폭이 3.2%로 커진다고 봤다.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약 1만 8000개 감소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일 업종을 대상으로 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종처럼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고 인건비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로이터=뉴스1
스페인도 최저임금 22% 인상 뒤 실업확률 1.7%p 올라

스페인에서도 최저임금을 20% 넘게 올린 뒤 실업 확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은 2019년 월 최저임금을 735.90유로에서 900유로로 올렸다. 인상률은 22% 수준으로, 최근 스페인 최저임금 인상 사례 중에서도 큰 폭이었다.

경제학술지 'SERIEs'에 2024년 게재된 논문은 당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고용 상태와 근로 시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은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고용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인상 1년 뒤 영향을 받은 노동자의 실업 확률은 1.7%포인트(p) 높아졌고, 근로 시간이 줄어들 확률도 0.9%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한 부정적 고용 효과의 상당 부분이 근로 시간 축소보다 고용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등 고용 지위 상실을 통해 발생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석에 각 노동계에서 보낸 의견서가 놓여 있다. 2026.6.25 ⓒ 뉴스1 김기남 기자
韓 최저임금 1만2000원 vs 동결…인상 폭 논의 본격화

국내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시급 1만 320원보다 1680원 오른 1만 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인상률은 16.3%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 320원 동결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도 쟁점이 됐다. 사용자위원들은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대한 구분 적용을 요구했지만, 표결 끝에 부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 구분 없이 단일 금액을 기준으로 심의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인상 필요성과 비용 부담을 놓고 맞서는 가운데, 최임위는 노사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인상 폭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