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원 vs 동결' 최저임금 공방 가열…최임위, 법정시한 넘기나

勞 "동결·삭감 기조 이해 못해"…생계비 격차 내세워 인상 압박
使 "中企 절반 이자도 못 내…동결은 고용 기반 지킬 최소 방안"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6.25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시급 1만 2000원과 동결안을 내놓은 뒤 첫 본격 논의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부담을 들어 두 자릿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며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이어갔다. 법정 심의 시한이 오는 29일로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 최초요구안 격차가 1680원에 달해 시한 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 320원보다 1680원, 16.3% 오른 시급 1만 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시급 1만 320원 동결안을 냈다.

최임위는 앞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과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잇달아 부결했다. 이에 따라 남은 쟁점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다.

생계비 앞세운 노동계…"1만2000원은 생존 비용"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부담을 앞세워 두 자릿수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의 최초 제시안인 동결·삭감 요구는 올해에 이르기까지 20회에 이르고, 삭감 요구는 3회로 총 23회에 달한다"며 "사실상 2007년 최저임금이 3480원일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동안 연속적인 동결·삭감 기조"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2025년 기준 275만 원으로, 2025년 최저임금 209만 원과 약 65만 원 차이가 발생한다"며 "2026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태생계비는 282만 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215만 원과 약 67만 원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 2000원은 사치나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내수를 살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노동자가 함께 사는 상생의 마중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들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중학 GS25 경영주협의회,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협동조합 이사장,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김현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2026.6.24 ⓒ 뉴스1 최지환 기자
지불능력 내세운 경영계…"동결은 고용 기반 지킬 최소 방안"

경영계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며 동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25년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중소기업 비중이 56.8%에 달해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기본적인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109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라며 "높은 최저임금은 분명히 소상공인 경영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부담이 더 커진다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 경영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 994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7.6%가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이 됐다고 답했다"며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이상으로 오를 경우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력을 감원하겠다는 응답도 48.6%에 달했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상은 더 이상 근로자의 안전망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벼랑으로 내몰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사회적 부작용"이라고 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오늘은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결정 기준을 중심으로 서로의 판단 근거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를 심화시키며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 부원장은 "일부 산업 부문을 제외하면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는 만큼, 오늘 회의가 서로의 의견 차이를 조금씩 좁혀 나가면서 위원회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해야 한다. 올해 법정 심의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다만 노사 최초요구안의 격차가 1680원에 달하는 데다, 이날 회의가 최초요구안 제시 이후 첫 본격 논의인 만큼 법정 시한 내 결론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심의는 통상 노사가 각각 수정안을 제출하며 격차를 좁힌 뒤,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심의 촉진 구간'을 토대로 표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돼 왔다.

법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최임위는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