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교섭요구 439곳에도 본교섭은 10곳뿐…노동부 "순차적으로 늘 것"

"자율교섭 중인 42곳 포함하면 96곳서 후속 절차 진행"
"법 시행 초기, 새 제도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으로 봐야"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국가기관 공무직노동자들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관 공무직 사용자성 인정 및 노조법 개정 취지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2026.4.6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100일 동안 하청노조는 원청 사업장 439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10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제도 정착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고용노동부는 새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쳤거나 자율적으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 96곳은 현재 교섭창구 단일화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본교섭에 들어가는 사례도 순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100일간 원청 사업장 439곳을 대상으로 1161개 하청노조, 조합원 16만 4000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이중 상견례 등 원청과의 본교섭이 진행 중인 사례는 10건에 불과하다.

다음은 개정 노조법 시행 100일 관련 일문일답.

시행 100일이 지났는데 실제 본교섭은 10곳뿐이다. 원·하청 교섭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 아닌가.

'10'이라는 숫자만으로 교섭이 지연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이 신청된 원청은 141곳이다. 이 가운데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은 103곳이고, 결정서가 송달된 71곳 중 54곳이 교섭창구단일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42곳까지 더하면 현재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원청은 모두 96곳이다.

이 중 51곳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마치고 교섭 의제와 일정 등을 실무협의 중이다. 그 가운데 인천광역시의료원 등 10곳이 상견례 등 본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사업장별 절차가 마무리되면 실제 교섭이 진행되는 사례도 순차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전경 2025.11.28 ⓒ 뉴스1 김승준 기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때문에 교섭이 늦어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교섭창구단일화는 원·하청 교섭에서 누가 교섭 당사자가 되는지, 어느 노조가 대표로 교섭할지를 정하는 절차다. 교섭을 늦추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교섭 상대와 범위를 확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절차는 기존 원청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도 적용돼 온 제도다. 복수노조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1년 7월에도 창구단일화 때문에 교섭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제도가 안착하면서 우려가 크게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법 시행 한 달만에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439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쓰나미' 우려는 없나.

교섭요구가 법 시행 초기에 몰린 것은 맞다. 실제로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원청 사업장 439곳을 대상으로 하청노조 1161곳이 교섭을 요구했다.

다만 이후 증가세는 둔화했다. 원청 대상 교섭요구 사업장은 3월 363곳에서 4월 405곳, 지난달 428곳, 이달 19일 기준 439곳으로 늘었다. 추가된 사업장은 4월 42곳, 지난달 23곳, 이달 19일까지는 11곳이다.

원청 439곳에 하청노조 1161곳이 교섭을 요구한 만큼 원청 1곳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 수준이다. 이를 보면 교섭요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내식당 등 사내 간접 지원업체까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노동부 판단은

사내 간접지원업체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노동부 해석지침과 배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정 노조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범위가 생산 공정의 원·하청 관계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오션 웰리브지회 사건의 경우 구내식당 협력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하라고 요구하는 정도의 일반적 지시와는 다르다. 한화오션이 해당 시설과 작업환경을 실제로 바꾸거나 관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본 것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거리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원청 기업과 하청 노동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자의 파업 등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대부분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플랫폼 노동자들도 원청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지노위와 중노위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다. 판단 기준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노동위원회는 지노위 초심을 중노위가 다시 심리하는 구조다. 재심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나 주장이 나올 수 있고, 쟁점별 판단이 더 구체화하면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원·하청 사건에서 중노위가 지노위와 다른 판단을 한 사례는 18건 중 2건이다. 비율로는 11.1%다. 복수노조 사건 전체 초심취소율이 지난해 기준 9.1%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노위 재심 판단이 쌓이면 기준도 점차 분명해지고 현장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산업안전 의제로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 임금·복지 등 다른 의제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에 대해서는 원청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다만 교섭 과정에서 임금이나 복지 등 다른 의제가 추가로 제기될 수는 있다. 교섭 의제를 처음부터 모두 확정해 놓고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제에 대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하다가 이견이 생기면, 해당 의제가 원청과 교섭해야 할 사안인지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거부하고, 노조가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 노동위원회가 다시 판단하는 구조다.

결국 기준은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지다.

상당수 원청이 지노위 판단에 불복하는 등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분위기인가.

지노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은 103곳이다. 이 중 54곳(52.4%)은 노동위 판단에 따라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했다.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원청과 노동조합은 13곳(12.6%)이다. 나머지는 결정서가 아직 송달되지 않았거나 후속 절차를 검토 중인 곳이다.

원청들이 노동위 판단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기보다는 상당수가 절차에 따라 교섭 준비를 진행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교섭단위 분리가 노조 상급단체별로 쪼개지는 등 "쪼개기 교섭"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나.

현재까지는 교섭단위가 과도하게 쪼개지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 원청은 29곳이다. 이 가운데 분리가 인정된 곳은 12곳이다.

분리 유형을 보면 사업부문별 분리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노조 상급단체별 분리는 2곳, 노조별 분리는 1곳이었다.

분리가 인정된 경우에도 대체로 2개 단위로 나뉘었다. 현재까지 최대 분리 사례도 3개 단위 수준이다. 분리가 인정된 원청 12곳 기준 평균 교섭단위는 2.2개로 집계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의무를 이행하는 기업까지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면 부당한 것 아닌가.

산안법상 도급인 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지다.

노동위원회도 노동안전 의제에서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산안법상 의무 이행 여부만 보지는 않는다. 주요 시설·장비·설비 개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관리·통제할 권한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함께 본다.

교섭이 본격화하면 교섭 결렬이나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파업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노동 3권이 법으로 보장돼 있고,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갈등이 생기면 파업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파업이 한두 건 있느냐가 아니라, 원·하청 노사가 절차에 따라 교섭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와 노사 자치로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지방관서별 전담반을 통해 노사와 수시로 협의하고, 교섭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