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음식업은 더 낮게"…최저임금 '차등 적용' 오늘 노사 담판

경영계 "취약 업종 부담 완화" vs 노동계 "저임금 업종 낙인"
전문가들 "현실 적용 어려움도…사회보험 지원 등 대안 검토"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6.16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둘러싼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정 심의 시한이 다가오면서 18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한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를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도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매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반복돼 온 사안이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한 차례 이뤄진 뒤 1989년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의결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 입장차가 큰 데다 업종을 어떻게 나눌지, 차등 적용에 따른 저임금 업종 낙인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 등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경영계 "취약 업종 필요"…노동계 "차별·낙인 우려"

경영계는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부터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업종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데 있는 만큼 업종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 16일 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영계는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하향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심의에서는 앞서 노동계가 요구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 안건이 표결 끝에 부결됐다. 노동계 요구 안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계 요구인 업종별 구분 적용까지 수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전문가 "의결되기 쉽지 않을 듯"…소상공인 지원 대안 거론

전문가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제도화는 어렵다고 봤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려면 적용 대상 업종을 명확히 나눠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장별 업종 분류와 신고 방식이 복잡해 제도 설계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업종을 나누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음식·숙박업이라고 신고한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 그 구분이 명확하게 작동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며 "임금을 5~10% 낮춘다고 해서 그것이 얼마나 유효한 대책이 될지도 현실적으로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준을 낮추는 방식보다는 사회보험 적용이나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지금은 최저임금 근처에 몰려 있는 노동자가 너무 많은 만큼, 밑을 더 낮추기보다 중간을 올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의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특정 업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차별 논란이 커질 수 있고, 이를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우리 정서상 쉽지 않다"며 "특정 업종을 낮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으로 정하는 순간 차별 논란이 커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소상공인 지원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 더 실행 가능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두루누리 사업 같은 사회보험 지원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며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부담이 큰 업종에 맞춰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은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덜어 사회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근로자 수 10명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보수 270만 원 미만 신규가입 근로자와 사업주가 지원 대상이다.

이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정리될 경우, 최임위는 노사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한 인상 수준 심의로 넘어갈 전망이다.

노동계는 앞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오른 시간당 1만 200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6월 29일)이다. 다만 그동안 법정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