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매뉴얼 확정…노동부 "교섭창구 '투트랙'…원·하청 노조 분리"

김영훈 "현행법 틀 내에서 개정법 취지 구현"
원청·하청 교섭단위 '분리'…사용자성은 노동위가 초기 판단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 뉴스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오는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2·3조)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을 27일 확정했다. 이번 매뉴얼은 원청과 하청을 각각 별도의 교섭단위로 운영하는 이른바 '투트랙' 교섭 구조를 공식화한 것이 핵심이다.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에 따라 교섭 책임은 넓어졌지만, 교섭 방식은 기존 창구단일화 틀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사용자' 정의에 후단이 신설되면서,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에게 사용자 책임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다만 정부는 이 후단 사용자 영역 역시 기존 원청노조 교섭과는 구분된 별도의 단위에서 운영된다고 못 박았다. 사용자 책임은 확대됐지만, 교섭 질서는 원·하청 분리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동브리핑에서 "원청이 후단 사용자로서 하청노동조합과 교섭하는 경우에도 법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원칙적으로 전체 하청노동자의 단위에서 원청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현행법의 틀 내에서 개정법의 취지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데 노동부와 중노위는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설명했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강행규정"…하청노조 전부 묶어야

매뉴얼은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는 전반적으로 강행규정으로 해석되고, 노동조합법 개정에 의한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동조합 간 교섭 절차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교섭권자인 전체 하청노동조합은 교섭의무자로서 계약외사용자인 원청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전체 하청노동조합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교섭권의 범위, 사용자 책임의 범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집단은 원천적으로 서로 다른 교섭단위에 속하며 별도의 교섭 질서 안에서 운영된다는 해석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과반수노조 결정 또는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등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하청 단위에 단수 노조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 선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복수 노조일 때에만 창구단일화가 작동하며 단수 노조가 확정되면 곧바로 원청과 교섭이 가능하다.

기존 원청 교섭 질서는 유지…하청 단위 별도 운영

또 다른 쟁점이었던 원청노동조합과의 관계도 정리됐다.

매뉴얼은 "원·하청 간 단체교섭을 위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원청노동조합(원)과 교섭단위 분리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애초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 절차를 둘지 여부를 검토했지만, 전단 사용자(직접고용)와 후단 사용자(계약외 사용자)의 책임 범위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별도의 분리 신청 없이도 두 단위는 원천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청노동조합(원)은 해당 교섭단위에서 교섭당사자가 아닌 원청노동조합(원)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기존의 원청사용자와 원청(교대)노동조합 간 교섭단위는 종래와 같이 별도로 존재·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를 하나의 교섭 테이블에 묶지 않겠다는 의미다. 원청노동자는 기존처럼 원청과 교섭하고, 하청노동자는 원청을 상대로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해 교섭한다는 구조다. 원청 내부 노사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선을 그은 셈이다.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나 확정 공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하청노동조합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와 공고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조치"가 가능하다고 매뉴얼은 명시했다.

정부는 특히 사용자성 여부에 대한 다툼이 교섭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동위원회가 공고 단계에서 신속히 사용자성 판단을 내려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10일이던 처리 기한도 20일로 조정해 판단 구조를 명확히 했다.

다만 매뉴얼은 동시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노동조합이 원청사용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청 사용자를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사용자 책임은 확대됐지만, 제재는 절차 충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영훈 "노란봉투법, 대화와 타협 통한 진짜 성장 출발점 될 것"

김 장관은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는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범위,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교섭단위에서도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를 구분해 이해관계 등이 공통된 하청노동자가 하나의 교섭단위에서 함께 교섭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이번 매뉴얼이 "하청노동조합의 교섭권 행사 및 실질적 교섭 촉진에 도움을 주어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현장에 구현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과도한 손배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노란봉투법'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더해진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시행은 단순히 개정 절차의 마무리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진짜 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개정법의 시행 이후에도 원·하청 간 교섭질서 안착을 위해 노사와 함께 노력해 나감으로써 노사 상생과 격차 해소 등을 통해 진짜 성장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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