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급여 '사내 적립'→'사외·기금 운용'으로…노사정, 구조 전환에 합의

노사정, 퇴직연금 20년 만에 구조개편 원칙 정리…세부안은 후속 논의로
기금형 퇴직연금 병행 도입·사외적립 의무화 방향…제도화는 입법 과제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퇴직급여를 회사 내부에 적립해 두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기관 등 사외에 적립하고 운용 구조를 다양화하는 방향에 노사정이 뜻을 모았다. 개별 사업장 단위로 운용되던 퇴직연금 구조를 공동 기금 형태로 확대하고,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퇴직연금 제도의 틀 자체를 손보는 변화다.

이같은 방향 전환에 대해 노사정이 공동 선언문 형태로 합의한 것은 퇴직연금 도입 20년 만에 처음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라는 구조 개편의 큰 틀에 노사가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번 공동선언은 제도 시행을 확정한 것은 아니며 향후 입법과 후속 논의를 위한 원칙과 방향을 정리한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실제 제도화까지는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6일 노사정과 청년·전문가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 선언은 지난해 10월 28일 TF 출범 이후 약 3개월간 총 10차례 회의와 이견 조율을 거쳐 도출됐다.

이번 공동선언의 가장 큰 특징은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대해 노사가 처음으로 공식 합의했다는 점이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의무화 확대, 수익률 제고, 기금형 도입 등을 둘러싼 논의는 이어져 왔지만, 노사정이 공동의 선언문 형태로 방향성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정은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와 제도 선택권 확대가 함께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공동선언에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가 핵심 과제로 담겼다.

기금형 퇴직연금, 계약형과 병행…"강제 전환은 아니다"

기금형 퇴직연금과 관련해 노사정은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을 폐지하거나 기금형으로 일원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약형 제도와 기금형을 병행 운영하면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DC형)에만 적용된다. 근로자는 기존 확정급여형(DB형)을 유지할 수 있고, DC형을 선택한 경우에도 기금형을 여러 운용 방식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공동선언문에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구체적인 유형도 제시됐다.

△은행·증권·보험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다수 사업장의 적립금을 공동 운용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복수의 사용자가 연합해 공동 수탁법인을 만드는 연합형 기금 △현행 '푸른씨앗'으로 운영 중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가입 대상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등이다.

노사정은 기금형 퇴직연금이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도 명확히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기금이 가입자 이익과 무관한 목적의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함께 수탁자책임 법제화, 이해상충 방지, 내부통제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의 원칙이 담겼다.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전 사업장에 적용, 단계적으로 시행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에 노사정이 합의했다. 다만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의무화는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근속 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수령 등 근로자의 선택권은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하더라도 수령 방식까지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노사정은 사외적립 의무화가 영세·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영세·중소기업 실태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단계와 시행 시기를 결정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과 행정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퇴직연금 제도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제재 방식,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1년 미만 근로자 등 제도 사각지대 문제와 의무화 이행 관리 방안은 향후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2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핵심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역사와 시대를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는 사회적 주체들의 대화와 공감, 그리고 상호 존중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번 선언에는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노동계, 경영계의 염원이 담겨있다"며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들이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국회에서 원활히 논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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