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교섭창구 단일화안 구체화…'원청 사용자 교섭의무' 기준 마련

하청노조 교섭권 실질 보장…교섭단위 분리·공동교섭 허용
교섭절차 혼선 줄이고 제도안착 유도…'사용자성 판단위' 신설도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 3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청과 하청노조의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을 위해 원청 사용자도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지게 되는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담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교섭단위 분리 원칙과 교섭창구 운영 방식 등을 포함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원·하청 간의 단체교섭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후속 조치로 '노조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3월 10일 시행 예정인 개정법의 핵심 조항인 '사용자 정의 확대'에 따라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실질적 교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원청 사용자는 그 범위 내에서 교섭 의무를 지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현장에 혼란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틀 내에서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을 원청 사업장 기준으로 하되, 노사 간 자율 교섭이 우선되도록 했다. 만약 자율적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해 각각 따로 교섭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교섭단위 분리 여부는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 대표의 적절성 △당사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분리 방식은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업무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른 하청노조는 개별 사업장별로 교섭단위를 따로 둔다. 또 유사한 직무를 가진 하청 사업장들은 묶어서 공동 교섭단위를 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하청노조의 업무 특성이 비슷하다면 통합된 하나의 교섭단위로 구성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처럼 유연한 분리 기준을 적용해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하청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청 교섭단위 안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함께 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한다. 이후 각각의 교섭단위별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대표노조가 결정되며 공동교섭단 구성, 위임·연합 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도 허용해 소수노조의 배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은 반드시 교섭에 응해야 하며 이로 인해 사전 사용자성 논란으로 인한 노사 간 다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교섭 과정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범위 외의 사안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가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경우 이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도 명시했다.

또한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했음에도 원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회피하면,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현장에 나서 지도하거나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를 통해 교섭에 나서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교섭과정에서 사용자성 분쟁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도 신설할 예정이다. 원청과 하청노조가 교섭의무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영훈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교섭과정에서 최대한 살리면서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연내 정부의 사용자성 판단 및 노동쟁의 범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산업현장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가 법 시행 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노사와 함께 지혜를 모아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함으로써 상생과 진짜 성장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