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상담 80% 처리 내역 없어…직영화 후 관리 '구멍'

정부, 민간 위탁 없애고 직영 전환했지만 서비스 질 추락
이용우 의원 "관리체계 후퇴…사후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직영화한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고용평등상담 10건 중 8건은 처리 내역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상담 관리 체계가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피해자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상담 결과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고용평등 상담 1만 1482건 중 사건으로 연계된 건수는 716건(6.23%), 심리정서치유프로그램 연계는 1833건(15.96%)에 그쳤다. 나머지 약 8900건(77.8%)은 처리 내역조차 분류되지 않아 상담이 어떻게 종결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고용평등상담은 주로 모성보호·성희롱·성차별 민원이 대부분이지만, 단순 안내로 끝난 것인지, 재상담을 통해 해결된 것인지, 다른 기관으로 이송된 것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상담의 질을 평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직영 전환 이전 민간 위탁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권리구제 절차 안내 △위탁기관 노력으로 해결 △노동부 사건 이송 △국민권익위 이송 △경찰 등 기타 기관 처리 등으로 상담 결과를 구분·보고했으나, 직영화 이후 이 같은 분류체계는 폐지됐다. 상담 서비스의 질적 관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사후관리 역시 공백 상태다. 노동부는 내담자 동의 시 사업장에 모성보호, 고용평등 관련 안내를 유선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관련 이력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다. 임신·출산 차별이나 성희롱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효과는 어땠는지 추적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2024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전체 상담 중 심리정서치유프로그램 연계는 1833건(15.96%)에 그쳤다. 진정 연계(6.23%)와 심리지원 연계(15.96%)를 합쳐도 전체 상담의 22.19%에 불과해, 성희롱이나 모성보호 침해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추진 과정의 졸속성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민간 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제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했으나, 준비 없이 제도를 바꾸면서 상담 공백이 발생했고, 처리 결과를 분류·관리하던 체계도 사라졌다. 피해자들은 상담을 받아도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 다시 민간 위탁 병행을 위한 소요예산 4억5000만 원을 반영했다. 직영화의 성과는 입증하지 못한 채, 민간 병행으로 되돌아가는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다.

이용우 의원은 "정부가 직영 전환을 추진하면서 관리체계는 오히려 후퇴시켰다"며 "상담 처리결과를 제대로 분류·관리하지 않으면 서비스 질 향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신·출산 차별, 성희롱, 성차별 피해자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처리결과 분류체계를 즉각 복원하고,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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