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처리 임박…고용 장·차관, 경영계 연쇄 접촉 '달래기'

장관은 경제단체, 차관은 주요 업종 CEO 만나며 경영계 불안 '차단'
여당 국회 처리 '강행'…경제계 강한 반발에 시행까지 난항 예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관련 초청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8.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고용노동부 장·차관이 잇따라 경제계 달래기에 나섰다.

김영훈 장관이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를 연이어 방문하는 데 이어 권창준 차관은 오는 21일 철강·조선·자동차 업종 주요 기업 CEO들을 불러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정부가 장·차관을 동시에 투입해 현장 소통에 나서는 것은 법안 처리 이후 기업 반발을 최소화해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특히 원·하청 구조가 얽힌 산업일수록 경영계 반발이 크다는 점에서 고용부가 직접 기업을 만나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은 경제단체, 차관은 주요 업종 CEO 간담회…경영계 불안 '차단'

20일 고용부에 따르면 권 차관은 오는 21일 노란봉투법 관련 주요 업종인 철강·조선·자동차 등 6개 기업 CEO를 만나 현장 의견 청취에 나선다. 해당 업종은 다단계 하도급과 외주화 비중이 높은 대표 산업으로, 원·하청 교섭의 파급력이 크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의 구조적 특징과 우려를 충분히 듣고 제도 운영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영훈 장관은 전날(19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김기문 회장과 임원, 업종별 협동조합 대표들을 만났다. 지난달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같은 자리를 찾은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발걸음을 해 적극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설명에 나선 셈이다.

김 장관은 "노조법 개정안은 원·하청이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대화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현장의 우려와 불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개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상시 TF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법 시행까지 6개월 동안 구체적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하고, 원·하청 교섭 과정에서의 조정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이 같은 연쇄 행보는 사후 갈등 관리보다 사전 달래기에 방점을 찍은 시도로 풀이된다. 역대 정부는 산재나 노동분쟁 이슈에서 "법부터 통과시키고 보자"는 접근을 택했다가, 현장 반발로 시행령 완화나 유예 등 후퇴한 전례가 있었다. 이번에는 TF 운영과 매뉴얼 마련을 전면에 내세워 제도의 연착륙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 대표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5.8.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강경 대응 나선 경제계…법안 시행까지 난항 예고

다만 경제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아 향후 법안 시행까지는 갈등이 예고된다. 앞서 지난 18일 경제6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1년 유예를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히자, 19일 경제6단체는 국회 앞에서 지방 경총 및 업종별 단체들과 함께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개최해 민주당을 규탄했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재계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 상황이다.

이들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업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정당화하고 기업의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법안"이라면서 "경제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에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며 "그러나 국회가 경제계의 요구는 무시한 채 노동계의 요구만을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했고,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