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률 OECD 1위 오명 벗기 총력…李 정부 '강경 대책' 시험대

정부, 다음달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李 대통령 "강경대응" 지시
강력한 경제적 제재로 사고 예방 유도…노동자를 안전의 주체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산업재해는 한국 사회가 수십 년째 풀지 못한 고질적 과제다. 지난해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률은 0.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명을 웃돌며, 한국은 여전히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약 600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으며, 특히 건설업에서 절반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와 불법 하도급 관행 등 구조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비판 받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질적인 산재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후 처벌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사고 예방에 방점을 둔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산재를 일으킨 기업에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고, 노동자를 안전관리의 주체로 설정해 현장의 위험 개선 요구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역대 정부선 실행력 부족…중처법 허점 보완으로 산재공화국 오명 벗겠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에 과태료·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도입하고, 중대재해 기업에 대해서는 입찰 제한·안전조치 위반 즉각 제재·위험의 외주화 차단을 포함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기존 접근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정부는 반복 산재 기업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삼성물산의 인센티브제·하청 손실보상제와 같은 사례를 확산시켜 현장의 위험 개선 요구가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반영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역대 정부의 산재 대책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2024년까지 유예하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고, 윤석열 정부 또한 처벌보다 자율성과 규제 완화를 강조했으나,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실행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는 '반복 사망 사고 시 즉각 제재', '원청 책임 강화', '경제적 불이익 도입' 등 강경한 대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대재해법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반복 요건을 폐지해 다수·반복 사망사고 발생 시 즉시 제재하고, 사고 발생 시 기업이 감당해야 할 손실을 크게 만들어 안전비 절감 유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접근 중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조치를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원청 책임 강화와 입찰 자격 영구 박탈 같은 초강수 대책을 주문했다. 한 달 새 5건의 사망사고를 공개 지적했지만 사고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다시 강경 대응을 지시한 것이다.

산재 대책 주무 부처인 고용부에는 '산업현장 특공대'와 같은 상시 감독 조직 신설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한 안전조치를 안 하고 작업하면 그 자체를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 각오를 하라"며 책임있는 대응을 지시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2025.6.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건설업 불법 하도급 구조 정조준…'위험의 외주화' 끊어내겠다

내달 발표될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건설업의 불법 하도급 구조를 정조준한다. '밑단으로 갈수록 돈은 줄고 위험은 전가된다'는 구조를 끊기 위해 원청 책임을 확대하고, 노동자가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영업정지 요청 요건도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강화하고, 요청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재발하면 등록 말소(인허가 취소) 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건설업 외 다른 업종에도 인허가 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밖에 정부는 또 금융권과 공공입찰 제재 강화, 검찰과의 신속 송치 체계 마련 등을 통해 경제적·법적 불이익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제재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정부가 갈등이 극명한 노사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집행방안을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국노총은 "(대책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구체적 제도개선과 실행계획이 하루빨리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새로운 처벌 수단보다 현행 안전기준의 실효성 강화가 선결 과제라고 본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경영계도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안전경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안전역량 부족으로 중대재해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