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줄다리기 '팽팽'…"대폭 인상해야" vs "자영업자 위기"

노동계 "생계비 올라 실질임금 삭감…대폭 인상해야"
경영계 "2006년이후 폐업 최대…인상 폭 최소화해야"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들과 근로자위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최저임금 동결과 11,500원을 주장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5.6.26/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가운데, 본격적으로 인상 폭 논의에 나선 노동계와 경영계가 여전히 큰 '1390원'의 간극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일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2026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노사 양측의 첫 제시안은 노동계 1만 1500원, 경영계(사용자) 1만 30원으로 1470원의 격차가 있었다. 이후 26일 제7차 회의에서 이 격차가 1390원으로 좁혀졌다. 노동계가 1460원, 경영계는 1만 70원으로 양측이 각각 소폭 물러선 결과다.

이날 회의는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6월 29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협상 범위)을 제시하고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계 "대학 학생 식당도 한 끼 7000원…생계비 올라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

노동계는 생계비가 올라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소폭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가 알고 있는 분명한 사실은 생계비는 오르는데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삭감되어 간다는 것"이라며 "저율의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더 이상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장담할 수 없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소비 촉진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독일은 최근 경기침체에 대응하려고 법정 최저임금을 2년간 13.9%포인트(p)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 발표했다"며 "정부가 추경으로 역대 최대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추진 중이나, 이는 긴급 조치일 뿐 진정한 내수경기 활성화는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자영업자들의 폐업 원인을 다른 요인보다 최저임금이라고 집어서 말하는 것은 취약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비정한 주장"이라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물가 인상률조차 반영하지 않는 동결 주장이나, 10원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나오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주말도 휴일도 없이 학업과 일을 병행한다. 그래도 하루 두 끼 잘 챙겨 먹으면 잘 먹는 날이다. 학생 식당도 이제는 6000~7000원을 한다"며 "최저임금이 곧 최고 임금이 되어버린 이 나라에서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최저임금 인상·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5.6.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경영계 "2006년 이후 폐업 최대…취약 가구 생계는 정부 책임이 효율적"

반면 경영계는 폐업률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근거로 내세워 최소 한도 인상으로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국세청 자료를 경청이 분석해보니 작년 사업자 폐업률은 9%로 2년 연속 상승했고, 폐업자 사업자 수는 통계적으로 비교 가능한 2006년 이후 최초로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24%로 2013년 2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 제도는 고용보험법 등 26개 법령의 43개 제도와 연동돼 있어서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아주 작은 인상률조차도 이제는 커다란 파도처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수준 문제는 취약 사업주인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임금 지불 능력 문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내수 부진, 사업주의 경영 능력 이외에 근로자의 낮은 노동 생산성 등 복합적인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 돌려 지불 능력을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부당하고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근로자는 최저임금만 얘기하지만, 사업주는 법적 의무 지출로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4대 보험료,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저임금 근로자 및 그 가구의 생계비는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장려금 예산은 늘리고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제 2026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최저임금은 국민 경제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큰 사회적 결정이다. 파이 나누기가 아닌 파이 키우기를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고 노사 간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