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유값 인하막는 '원유가격연동제' 손본다

원유 수급조절 위해 '전국쿼터제' 도입도 논의…치열한 공방 예상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 News1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한지 3년만에 원유가격을 인하한 정부는 내친김에 우유값 인하를 막는 역할을 하는 '원유가격연동제'까지 손본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기본가격을 무조건 보장해주기 때문에 우유가 넘쳐나도 가격은 안내려가는 비정상적 구조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유업체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유가격이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 도입을 논의하던 2011년에는 우유급식을 못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던 때였다"며 "그러나 제도를 도입한지 3년만에 공급과잉을 초래했으니 제도의 허점을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낙농진흥회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소위원회는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한 낙농업 피해대책, 유제품 유통구조 투명화를 포함해 원유가격연동제 변경을 논의한다. 원유가격연동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기본가격은 기준원가에 변동원가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원가는 전년 기준원가에 통계청 우유생산비를 가감해 결정한다. 변동원가는 전년 변동원가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정한다. 생산비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고려될 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인하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원유가격연동제 도입으로 생산비가 보장되자 낙농가들은 수요와 상관없이 우유생산을 마구 늘렸다. 원유 생산은 2013년 209만3073톤에서 2014년 221만4039톤으로 5.8% 늘었다. 우유 재고량이 급증하자 2015년 생산량은 216만8157톤으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다.

생산이 늘면서 낙농가의 소득도 늘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되지 않던 2012년 1억1892만원이던 낙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원유가격연동제가 2013년 8월 도입된 이후 2014년 1억7680만원으로 늘었다.

원유가격연동제로 낙농가 수입은 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유업체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더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낙농가는 쿼터제로 공급량을, 원유가격연동제로 원유기본가격을 인정받는 2중 안전장치를 두고 있는 셈"이라며 "우유가 남아돌면 공급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으니 피해는 유업체가 떠안고 있다"고 항변했다.

국내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조차도 2014년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영업이익에서 축산농가 교육비 지원액을 빼고나면 실제 수익은 7~8억원에 불과하다.

유업체는 낙농가가 힘들게 생산한 원유가 제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원유가격연동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업체 관계자는 "원유를 냉장우유로 팔지 못하고, 멸균우유, 분유로 제조해 팔면 생산원가의 60~70% 손실을 보게 된다"며 "원유를 제값에 팔려면 공급과잉을 막아야하고 그럴려면 시장논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손보는 동시에 현재의 생산쿼터제를 전국쿼터제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수급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생산쿼터제는 원유 재고가 넘쳐나도 이미 계약한 물량만큼 원유를 무조건 구입해야 하지만 전국쿼터제는 지역별 쿼터량을 할당해서 공급이 넘칠 때 지역별로 같은 비율로 생산을 줄이고, 공급이 부족할 때 같은 비율로 생산을 늘려 총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별로 쿼터량이 정해져 있는 현 구조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맞춰 할당량을 일사분란하게 조정할 수 없다"며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전국쿼터제를 관할하고, 총량이 10% 과잉이라고 할 때 지역별로 10%씩 감축하면 총량을 10% 줄일 수 있는 전국쿼터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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