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생일 '침묵'.. 선대 권위 유지 차원 분석

김정은 우상화 작업은 생일 계기로 한층 고조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기도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관산반도 마을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공화국 원수로 추대돼 처음 맞는 생일이다. 2013.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일로 알려진 8일 북한에선 이를 기념하는 공식적인 행사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등 '이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지난해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의 경우에는 권력 승계 과정에 있었다는 점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는 점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졌다.

반면 이번 생일의 경우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에서 맞았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의 공을 김 제1위원장의 영도력으로 돌리고 있는 양상이어서 이 분위기를 김 제1위원장의 생일 축하로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날이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점 자체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이제 막 권력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국가적 경축일로 공식화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최고지도자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거나 민족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권위 차원의 상징성이 큰 것"이라며 "아직까지 김 제1위원장이 홀로서기를 하기보다는 선대의 '후광'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1982년에 생일을 공휴일로 한데 이어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부터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매년 대규모 행사를 열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내세우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측면이 있기때문에 이번 생일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권력 승계 과정이 아버지에 비해 짧았던 만큼 아직까지 현 지도자인 김정은의 생일을 태양절(김 주석의 생일· 4월 15일)이나 광명성절(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2월 16일) 등처럼 공식 경축일로 지정하기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최근 북한이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가속화하는 등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해 한층 애쓰고 있는 모습도 이처럼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는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우상화 작업과 관련해 지난 5일 개편된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살펴보면, '김정은 동지의 혁명활동'란만 있고, 김일성, 김정일 관련 게재란은 사라졌다. 김 위원장의 생일인 8일에는 '김정은 동지의 노작' 란이 새로 추가됐다. '조선의 소리'나 '내 나라' 등 북한이 운영하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을 기해 노작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김정은의 생일이 우상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던 것처럼, 2013년 김정은의 생일도 우상화가 전면화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그동안 절대화 해온 김일성, 김정일과 관련된 게재란이 사라진 것은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을 공식적으로 '요란하게' 경축하는 대신 그 바탕을 깔기 위한 '실질적인' 우상화 작업이 먼저라는 판단을 김정은 제1위원장 측이 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