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에 두만강 건넌 탈북 청년…"이번엔 성공" 7전 8기 창업 도전기
탈북민 김여명 씨, '1인 자영업자' 마케팅 솔루션 앱 개발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 한국 사회에 맨몸으로 던져졌죠. 그래서 오히려 '맨땅에 헤딩'해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어요. 제힘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이뤄내고 싶었죠."
7일 서울 마포구 남북하나재단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창업디딤돌 센터'에서 만난 김여명 씨(30)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4년 아홉살의 나이로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과 함께 탈북한 여명 씨는 현재 한국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로 일하고 있다.
여명 씨는 지난 2023년 8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여명거리'를 설립하고 1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왜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으로서 적응하며 '혼자'로서의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며, 홀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이들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창업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명 씨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학교 창업지원단의 도움으로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블록체인' 붐에 이끌려 한국 중견기업들에게 프라이빗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여명 씨는 젊은 시절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시작해 성공을 꿈꿨던 일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회사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선후배들과 의견이 맞아 회사까지 차렸지만 결국 꾸준히 수익이 창출되는 체계를 만들지 못해 얼마 안 가 회사를 접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탈북민 출신 대표다 보니 경영이나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을 만한 곳이 주변에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올해 초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무상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여명 씨는 이 컨설팅으로 큰 도움을 받아 지난달부터 '창업디딤돌 센터'에도 입주하게 됐다.
하나재단은 7일 탈북민 창업 지원 플랫폼 '창업디딤돌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탈북 사업가 누적 1000명 시대에 발맞춰 창업 지원 및 교육, 사후관리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여명 씨 같은 탈북민 창업가 13명이 자리를 잡았다.
탈북민인 여명 씨가 한국 청년들도 쉽게 도전할 엄두를 못 내는 '창업'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서 제대로 못 먹고 못 배운 삶을 살았던 그는 한국에서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차례의 창업 시도를 반복하며 그는 '결과가 좋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한 과정은 밑거름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체득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와 실력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벽으로 느껴지는 탈북민들에게 '도전'과 '실패'를 몸소 느껴보기를 권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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