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 조문 모두 수용.... 남북간 갈등 요인될 수도

남남 갈등도 증폭될 듯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회원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정부의 공식 조문단 파견 등을 촉구하고 있다. a href=

북한이 23일 남한 측의 조문단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방북 조문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조문 문제'가 남북간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만을 허용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는 방북 조문 허용을 요구하는 우리 측 시민단체 등도 정부의 방침에 한층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남남갈등'도 증폭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오전 "조의 방문을 희망하는 남조선의 모든 조문사절을 동포애의 정으로 정중히 받아들인다"며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응당한 예의를 갖추라"면서 "17년 전 문민정부 때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 주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불순하다" "우리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는 격한 반응도 보였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모든 조문단을 수용하겠다면서 남한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방북 조문 확대 및 전면 허용 등을 둘러싸고 남한 내 논란은 더욱 가열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북한의 모든 방북 조문 수용 입장에도 불구, 방북 조문단 대상을 확대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여야 교섭단체 대표 및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우리가 조문 문제로 흔들리면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도할 수도 있다"며 "(민간 조문 불허) 원칙이 훼손된다면 대단히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 측 외 다른 민간조문단의 방북 요청은 수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23일 오전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일단은 이희호·현정은 여사 일행이 답방 형식으로 조문하는 것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 국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해 정부방침을 밝혔다"며 "현재로서 이에 대해 어떤 변경도 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있었던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민화협을 통한 방북 조문을 정부가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조문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전향적으로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조문 파동'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논란이 초래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관련, 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통합된 민간조문단을 구성해 정부측에 방북 문제에 대한 협의를 요청키로 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 위원회와 한국기독교협의회(NCCK)도 각각 조문단을 구성해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할 계획이다.

조문파동이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이부영 민주당 의원이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정부가 혹 조문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의하자 보수 언론과 보수 인사들이 '6·25를 일으킨 전쟁 범죄자에게 조문할 수 있느냐'고 맹공을 가하면서 사회적인 이념 논쟁으로 번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조의를 표명하지 않고 방북 조문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재야인사들과 대학가에서 진행하던 조문단 파견 및 자체 분향소 설치 움직임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북한이 크게 반발하면서 남북 관계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