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오열, 손바닥에 "장수하세요"…이산가족 '생이별'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탄식…버스 안팎 눈물바다
이산가족 상봉 1차 상봉 종료…남북 가족 기약 없는 이별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후 버스에 오른 1차 이산가족상봉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금강산·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공동취재단 = 또 기약 없는 생이별에 남북 가족들은 가슴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모든 일정을 마친 남북 가족들은 22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또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 작별 상봉과 공동중식을 마친 남측 가족들은 오후 1시 15분께 상봉장인 금강산 호텔 앞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랐다.

북측의 가족들은 남측의 가족들이 버스에 오를 때까지 상봉장에서 대기하다 모든 가족들이 탑승을 마쳤다는 안내가 나오자 너 나 할 것 없이 마지막 인사를 위해 밖으로 달리듯 나갔다.

70여 년 만에 극적인 모자 상봉을 한 남측 한신자씨(99)의 북측 딸 김경영씨(71)와 김경실씨(72)와 다시 이산가족이 됐다.

신자씨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창가에 붙어 딸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이윽고 경영씨가 버스 앞에 다다르자 두 모녀는 동시에 오열하며 창문을 두드렸다.

상봉 기간 동안 비교적 말수가 적었던 경실씨는 그러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소리를 지르듯 오열하며 버스에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북측의 두 딸은 "어머니 건강하시라요"라고 외치며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 버스 탓에 이별의 괴로움을 더했다. 버스 높이로 인해 남북 가족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자 남북의 지원 인력들이 버스 밖의 북측 가족들을 들어 올리거나 사다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후 버스에 오른 1차 이산가족상봉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남측 이관주씨(93)는 이번 상봉에서 북측의 조카 리광필씨(61)와 만났다. 광필씨는 버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았는지 손바닥에 '장수하세요'라고 써서 작은아버지에게 보여 줬다.

광필씨는 우리 취재진에게 "버스에서는 소리가 안 들리니 머리를 써봤다"고 자랑하듯 말하면서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통곡했다.

관주씨 역시 조카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리다 조카에게 미안했는 듯 선글라스로 표정을 감추기도 했다.

남측의 오빠 박기동씨(82)를 만난 북측의 동생 박선분씨(73)는 오빠를 향해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요. 그날까지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외쳤다.

기동씨의 또 다른 북측 동생인 박삼동씨(68)도 "우리 웃으면서 헤어집시다"라고 말하면서도 붉어진 눈가를 감추진 못했다.

남측의 형 차제근씨(84)와 상봉한 북측의 동생 차제훈씨(76)는 까치발을 들고 버스에 탄 형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 애쓰며 "형님! 다시 만납시다!"라고 외치다 힘에 부쳤는지 "통일 장벽이 너무 높아서 그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동규씨(84)의 북측 조카 박춘화씨(58)는 또 눈앞에 다가온 생이별에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버스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오열했다.

춘화씨는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라며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라며 오열했다.

북측의 형수와 조카들을 만난 고호준씨(77)는 북측 가족들과 버스 창문 사이로 오열하다 잠시 차문이 열린 사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호준씨는 조카들을 부둥켜안고 "어이구 자슥아 (내가) 어떻게 떠나니"라며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라며 목놓아 울었다.

북측 조카들은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고 삼촌을 위로하면서도 삼촌에게서 손을 떼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후 버스에 오른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와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일부 북측 가족들은 버스 창문에 손가락으로 '조국통일'이라고 쓰면서 이별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다. 남측 가족들은 곳곳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가족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는 예정된 시각이 되자 북측의 가족들을 뒤로한 채 남쪽으로 향했다.

남측 상봉단은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출발해 오후 3시 30분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무사히 귀환했다.

이들 가족들은 오후 5시 사전 집결지였던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해산한다.

seojib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