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전한 비핵화' vs 美 '완전한 검증'…막판 줄다리기
폼페이오 국무장관 "불가역적" 비핵화 강조
볼턴, 엄한 사찰 필요성 강조…CVID 변형 가능성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북미가 다음달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검증' 방식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사이에 그동안 생긴 불신의 골이 깊어 검증 방식에서 접점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ABC뉴스에 "우리는 '불가역적인(irreversible)'이란 말을 무척 중요한 의도를 갖고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핵화가 달성될 것임을 입증할 이 같은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불가역적인' 이란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내세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에 속하는 개념이다.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하부구조와 능력을 제거하겠다는 의미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에 "우리기 보길 원하는 것은 단순히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증거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전에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던 '리비아 모델'을 또다시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가) 우리의 의심을 극복하도록 한 것은 핵 관련 장소에 미국과 영국 사찰단을 허용한 것이었다"며 "(그래서) 국제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문제는 없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보다 엄격한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그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의 표현이 리비아와 동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몇몇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고, 우리는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로선 북한에 불신이 많은 의회와 대북 강경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북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북한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 과정을 국제사회에 공개하기로 한 것은 검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엄격한 사찰 방법과 수위을 놓고 북미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폐쇄국가인 북한이 리비아 방식대로 북한 전역에 대한 외부의 사찰을 허용할지 미지수다. 실제, 북한은 이전에 여러 차례 검증 방식을 놓고 반발했다.
북한은 1992년 IAEA와 핵안전조치협정에 서명한 뒤 플루토늄 보유 사실과 핵시설을 신고했다. 하지만 IAEA는 북한의 신고 내용을 의심해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2008년 말 북미가 검증의정서 채택을 놓고 갈등하다가 끝내 이행되지 못했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사찰을 허용한다고 해도 이행이 녹록하지는 않다. 북한은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중에 있으며 수소폭탄 실험도 완료했다. 이전 협상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또 리비아의 경우엔 핵 프로그램은 초기 단계였다. 대북 사찰과 검증이 훨씬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미가 절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2003년 8월 1차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CVID' 원칙에 따른 '선 핵폐기' 조치를 북한에 요구했다. 이에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괄타결·동시행동' 입장으로 맞섰다.
이후 미국은 입장을 다소 바꿨다.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에선 CVID 대신에 '포괄적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2005년7월 4차 회담에선 CVID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벌어졌던 이라크 전쟁과 미국 내 대북 강경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태도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됐다. 또 CVID 개념이 무척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이어서 합의 도출과 검증이 오랜 기간 소요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는 비핵화를 끝낸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실제 협상에선 CVID의 변형된 형태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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