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담 무산..남북관계 '후유증' 시달릴 듯
가까스로 만든 대화 분위기 대표 '급' 문제로 좌초
대화 의제 아닌 자존심 싸움 형태여서 파장 만만치 않을 듯
오는 12~1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양측 회담 대표단의 수석대표 '급'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11일 결국 좌초했다.
당초 이번 회담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첫 출발지점으로 여겨지는 등 큰 기대를 모았다.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결국 양측이 회담 성사의 기본 조건인 수석대표 '급'에 대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는 오히려 양측의 불신감을 더 높일 것으로 예상돼 '회담 불발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후 냉각 상태였던 남북관계를 전환시키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최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주변국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낸 직후였다. 남북관계를 시작점으로 한 한반도 정세의 대화국면 진입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당국 간 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서울에서의 장관급 회담을 역제의했고, 북한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남북당국회담은 속도를 내는 듯 했다.
도산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 기업들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사업 관련 기업들은 고무됐고,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 가능성도 높게 점쳐져 이번을 계기로 남북 간 인도적 차원의 사업도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높은 기대는 의외의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본 회담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양측이 회담 대표단의 수석대표의 '급'을 두고 이견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양측은 지난 10~11일 이틀 간 진행된 실무접촉에서 이 문제를 좁히지 못했다. 18시간 가량의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양측 간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고, 협의는 기싸움 모양새로 흘러갔다. 이날 실무접촉 결과물이 합의문이 아닌 각측의 입장이 반영된 '발표문'형태로 따로따로 나왔을 때 부터 불길한 조짐이 감지됐다.
결국 회담 전날까지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상대측의 '급'을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회담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다.
북측이 먼저 우리측에 회담 무산을 일방 통보한 만큼 직접적 책임이 북한에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남북 간 회담의 전례를 고려하지 못한 우리측의 경직된 태도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특성상 우리 대표보다 한 급 낮은 인사가 회담 대표로 참석하던 관례를 철저히 배제하고 "국제적 기준"만을 강조해온 것은 일단 회담을 열어야겠다는 태도 보다는 "급이 맞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존심 대결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측은 그동안 회담을 성사시키는 목적이 더 컸기 때문에 격이 좀 어긋나더라도 받아들여 왔다"며 "따라서 북측 입장에선 이번 남측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무산은 최근 가까스로 형성되기 시작한 남북의 대화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히려 그 이전보다 남북관계가 표면적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양측의 이번 갈등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비핵화 등 회담에서 다룰 의제 차원이 아니라 회담 대표의 '급'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의제차원의 이견이라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갈 여지가 있다. 반면 기싸움의 국면이라면, 일단 이번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공방이 일 가능성이 높다.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로가 체면을 조금씩 구기면서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책임을 전가하면서 회담국면 이전보다 더 안좋은 상황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북한도 당국회담을 해보지 않은 사람을 회담 대표로 내보낸 것은 문제다. 동시에 우리 정부도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하지 못했다"며 양측 모두의 책임을 지적했다.
bin198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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