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되는데 트럼프는 "내 친구 김정은"…엇갈리는 한미
북한군 지뢰 폭발 사고에 여론 악화…트럼프는 김정은에 '러브콜'
11월 APEC 전후 북미 접촉 가능성…'韓 패싱' 우려 또 제기
- 김예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윤주현 기자 =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 사고로 우리 군이 '상응한 조치'를 공언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미가 대북 공조에 있어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면서 만일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협상판에 끼지 못하는 '패싱'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1일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총비서를 "내 친구"라고 표현하면서 "그는 나를 좋아한다. 아마 세상에서 그가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은 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상당한 핵능력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의 친분과 북한의 핵능력을 부각하는 이유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8월에도 북한이 핵무기 57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김 총비서와 올해 다시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미 당국 간 면밀히 조율된 메시지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국과 북핵 문제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실무 차원의 조율을 지속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외교를 '개인의 성과'로 포장하고 싶은 듯한 모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방식의 외교가 실제 북한을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보고에서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50%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곧 '뉴욕 채널' 등 북한과의 물밑 접촉에 나선다면 연내 북미 대화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지뢰 폭발 사고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에 북미 대화가 진행돼도 한국이 협상 당사자로 협상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것이 확인됐으며, 이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북한 측이 이번 사고에 대한 명백한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북한은 전날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국 측 조사 결과를 '자작극'이라고 부인하며 반발했다. 김 부장은 오히려 자신들이 MDL 동부지역 인근에서 진행 중인 '요새화' 작업에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을 하는 우리 군 21사단에 '보복 조치' 등을 거론하며 상황을 '강 대 강' 대립 구도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더 고립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은 지난 2018년의 비핵화 협상 실패 후 줄곧 한국을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 때문에 정부가 빠르게 한미의 '대북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교섭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미가 어떻게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고 협상에 어떤 내용을 집어넣을 것인지, 그 과정에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에 대한 한미의 공통된 입장을 정리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을 거듭 언급하면서도 비핵화를 명시적인 대화 조건으로 내걸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에 '전략적 호응'을 한다면, 한국이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인 '한국 없는 북미 대화' 즉 '한국 패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남북 긴장 속 북미 대화 움직임을 반드시 한미 간 '엇박자'나 '한국 패싱'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2018~2019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당시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먼저 개선되고 이를 발판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남북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협상의 시작점에 한국이 나란히 서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역할은 과거처럼 북미 정상 사이에서 대화를 조율하기보다는 물밑에서 북미 간 의사소통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가시적으로는 북미 양자회담의 모습이 더 부각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역할이나 기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민 교수 등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가 실제 구체적인 협상 타결 단계로 진전될 경우 오히려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비핵화와 대북제재뿐 아니라 향후 경제 협력 활성화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로까지 협상 의제가 넓어질 경우 물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북미 양자만의 논의로 협상을 진전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당장의 과제는 남북 간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게 대응하면서도 북미 대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간 협의 채널을 빠르고 촘촘하게 가동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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