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DMZ 사고 재발 막으려면 군사분계선 다시 정해야"

"10m는 MDL서 먼 거리 아냐…남북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구간 있어"

뉴스1 유튜브 '팩트앤뷰'에 출연한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계기로 남북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을 명확하게 다시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전 사령관은 29일 뉴스1TV의 시사대담 '팩트앤뷰'에 출연해 "이번 조사의 출발점은 군사분계선에 대한 명명백백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대한민국과 유엔군사령부, 북한군이 합의를 통해 기준선을 다시 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지도상에 MDL을 설정한 뒤 현장에 실제 표지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오차가 발생해 일부 구간에서 남북이 군사분계선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게 됐고, 이것이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전 사령관은 "당시는 GPS도 없었고 사람이 지도를 보고 현장에 말뚝을 박았을 것"이라며 "유엔군과 중국·북한군이 합의한 지도상의 선이 있고 실제 말뚝을 박은 선이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북한이 이해하는 선과 우리가 이해하는 선이 다른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일부 구간에는 원래 정했던 선, 북한이 알고 있는 선,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부터 빨리 통일해서 다시는 우리 장병들이 위험한 일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DMZ 지뢰 폭발 사고, 北 고의성 단정 어려워…모호한 MDL부터 다시 정해야"

전 전 사령관은 이번 사고 지점이 우리 군이 판단하는 MDL의 남쪽 약 10m라는 점에서도 기준선 문제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10m는 서너 발짝 정도 걸으면 되는 먼 거리가 아니다"라며 "과연 북한이 일부러 남쪽으로 내려와 지뢰를 설치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 인식하는 선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명확하게 알기 전까지는 (고의성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 전 사령관은 "군사분계선 전체가 모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구간마다 애매한 곳들이 있고 과거에 설치한 표지물도 상당수 없어졌다. 어떤 곳은 우리가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자기 땅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조차 MDL 기준선을 서로 다르게 적용하는 구간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군 군사지도엔 MDL이 2004년 MDL 표지판 위치 측정값을 토대로 2011년부터 적용되고 있고, 유엔사 기준선은 2014~2015년 측정값을 바탕으로 2016년 확정됐다. 두 지도상 MDL 위치값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은 약 60%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남북으로 수십m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군의 MDL 침범 여부를 판단할 때 우리 군 지도와 유엔사 기준선을 함께 검토하고, 두 선 가운데 더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방부와 유엔사는 양측 MDL 기준선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MDL 표식 자체도 상당수 사라진 상태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 군사정전위원회 감독 아래 MDL 표지판 1292개가 설치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되거나 유실돼 현재는 약 200개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브리핑에서 공개된 '지뢰 폭발 화구'의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8 ⓒ 뉴스1
北, MDL 기준선 설정 위한 군사회담 제안에 무응답

정부는 이 문제를 이미 남북 간 현안으로 제기한 바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어 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당시 국방부는 북한군이 전술도로·철책선 설치와 지뢰 매설 등 '남북 단절 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MDL을 반복적으로 침범하고 있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 제안에 호응하지 않았다.

전 전 사령관은 이번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 자체는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폭발물 감정 결과와 현장 진술 등을 종합하면 "99.9% 북한에서 제작되고 매설한 지뢰라고 확신한다"라며 TNT 성분이 검출된 점과 플라스틱 재질로 추정되는 이물질, 현장에 투입됐던 장병들이 북한군 지뢰와 유사한 물체를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전 전 사령관은 다만 폭발물이 '북한군 지뢰'라는 점과, 북한이 우리 장병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는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 남쪽인 것을 알면서 북한이 고의로 지뢰를 설치했다면 분명한 도발"이라면서도 "북한도 해당 지역을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장애물로 설치했다면 고의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사령관은 이번 지뢰 폭발 사고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전 전 사령관은 "2015년에는 우리 군인들이 다니는 길에 일부러 지뢰를 설치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도발이었다"라며 "이번에는 수십 년 동안 우리 군이 가지 않았던 지역이다. 우리를 대상으로 한 고의성이 있었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북한 측에 있던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유실된 지뢰라고 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그쪽에 있다"라면서도 "법적인 수준에서 고의성을 따지려면 우리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후송 잘했지만…첫 폭발 뒤엔 교범대로 움직이지 말았어야"

전 전 사령관은 사고 직후 군의 구조·후송 조치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DMZ에서 의무후송헬기 투입을 위한 절차를 신속히 밟고, 헬기가 착륙할 수 없는 지역에서 구조사가 호이스트를 이용해 부상자를 후송한 점 등을 거론하며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현장에서 응급처치와 후송을 잘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첫 폭발 이후 수색대대장이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접근하다 두 번째 폭발로 크게 다친 데 대해선 "지뢰지대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교범상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감 때문에 부하에게 달려간 마음은 이해하지만 교범에 따라 전문 공병이 안전을 확보한 뒤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