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잠수함부터 호위함까지…한화오션 거제 특수선 공장 가보니
3600톤급 잠수함 '서희함' 탑승…확연히 넓어진 공간
압력선체·수직발사관 제작부터 스마트 물류로봇까지
- 허고운 기자
(거제=뉴스1) 허고운 기자 = 15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특수선 공장. 거대한 건조장에서는 잠수함과 수상함이 각각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의 창정비가 진행 중이었고, 인근에서는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의 후속인 6번함의 건조 작업이 진행됐다.
잠수함 건조 현장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이었다. 잠수함의 뼈대이자 수압을 견디는 핵심 구조물인 '압력선체'다.
3000톤급 잠수함 한 척은 통상 이 같은 압력선체 7개를 이어 붙여 완성한다. 압력선체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깊은 바닷속에서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하는 만큼 선체가 완벽한 원형에 가깝게 제작돼야 한다.
수천 톤에 달하는 함정을 실내에서 조립하기 위해서는 바닥 아래 기반시설도 중요하다. 한화오션은 함정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공장 지반의 '지내력'을 확보하는 설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은 서희함에도 직접 올라 내부를 둘러봤다. 서희함은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할 장보고-Ⅲ 배치-Ⅱ급의 두 번째 잠수함이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약 3600톤급, 길이 약 89m로 장보고-Ⅲ 배치-I인 도산안창호급보다 크기가 커졌다. 장보고-Ⅲ 배치-Ⅱ 1번함 장영실함은 지난해 10월 말 진수됐으며, 서희함도 올 하반기 진수를 앞두고 있다.
서희함은 해군의 1200톤급 장보고-I(209급), 1800톤급 장보고-II(214급)와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확연하다. 실제 서희함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도 공간의 차이였다. 잠수함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주요 통로는 두 사람이 서로 비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다만 승조원 생활공간까지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침실에는 3층 침대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었고, 제한된 선체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잠수함 특유의 밀집된 환경은 그대로였다.
함 내부에서는 전투체계 등 각종 장비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와 눈·귀 역할을 하는 소나체계 성능을 개선해 정보처리와 표적 탐지·타격 능력을 높였다. 수평발사뿐 아니라 수직발사도 가능하다.
추진체계도 특징이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다. 한화오션은 이를 통해 기존 디젤 잠수함보다 잠항 지속능력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한다.
취재진은 잠수함 건조장을 빠져나와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에도 승선해 내부 시설을 둘러봤다. 평택함은 지난달 중순 진수돼 현재 장비·시스템 작동 점검(STW)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정박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7년 12월 해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울산급 배치-Ⅲ는 해군의 노후 초계함과 호위함을 대체하는 3600톤급 최신 호위함이다. 길이 약 130m, 폭 약 15m 규모로 5인치 함포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장거리 대잠어뢰 등을 탑재한다.
특히 복합센서마스트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가 설치돼 전방위 대공·대함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다수의 공중 표적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추진체계는 가스터빈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저속 운항에서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함정 소음을 낮출 수 있어 대잠작전에 유리하다.
이날 건조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6번함은 내년 초 진수를 목표로 선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험평가를 거쳐 2028년 6월쯤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평택함 건조 과정에서 선대에 탑재하는 선체 블록을 대형화해 탑재 수량을 절반가량 줄였다. 이를 통해 건조 기간을 1~2개월 단축했고, 같은 공법을 향후 울산급 배치-Ⅳ 1·2번함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곳곳에선 함정 자체뿐 아니라 생산 방식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수선 제4공장은 총면적 약 1만2000㎡ 규모로 AI 기반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물 자동회피와 흔들림 방지 기능 등을 갖춘 스마트크레인과 자동화된 배관 제작설비도 도입했다.
이날 발사관 공장에서 본 자율주행 물류로봇도 스마트야드의 한 장면이었다. 로봇이 자재의 입·출고와 운반을 담당하면서 사람이 직접 반복적으로 옮기던 작업을 대신하고 있었다.
김규백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사업관리 담당 상무는 "한화오션은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초격차 방산 솔루션'을 지속 확보 및 강화해 ‘함정 명가’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해양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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