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순간의 판단이 가른 "사망"…세계가 찾는 육군 KCTC 체험기
MILES 활용 시가지 전투 체험…전략전술·개인 기본기 중요성 체감
K-ICTC 연합군 쌍방교전 17분만에 종료…지휘·통신서 성과 엇갈려
- 김기성 기자
(인제=뉴스1) 김기성 기자
"엄호!"
차오르는 숨을 몰아쉰 후 다음 단독 주택을 점령하기 위해 뛰어 들어갔다. 현관에 엄폐 중인 상대를 향해 지향 사격 자세로 접근하다가 약진하는 순간 실수를 저질렀다. 엄호자의 시야 앞을 가로지르며 질주했고 그 순간 상대는 나를 정면으로 조준 사격했다. 이내 가슴팍에서 요란한 "사망" 알림이 울렸다.
기자는 지난 17일 강원도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을 방문해 마일즈(MILES·다중통합레이저교전체계) 장비를 활용한 소부대 전투 훈련을 체험했다. '전문 대항군 연대' 장병들과 국방부 기자단을 섞어 2개 팀을 꾸리고 도시지역 전투 훈련을 했다. 방어 측의 깃발을 쟁취하거나 전멸시키면 훈련이 끝나는 방식으로 총 두 차례 공방전을 교대로 가졌다.
크래커 폭음탄이 두 차례 굉음을 일으키자 기자가 속한 공격 측은 양동작전을 전개했다. 기자단 5명이 조를 꾸려 방어측의 아파트 정면 단독주택과 단층 건물을 향해 제압 사격을 가해 시선을 끄는 동안 전문대항군 팀원들이 우회해 아파트 뒤편으로 침투하는 방식이었다.
전문대항군이 아파트 진입을 시작하면서 방어선이 무너졌고 이내 단독주택 점령에 들어갔다. 훈련 시작 10분도 안 됐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상체에 착용한 3㎏ 안팎의 마일즈 장비 센서들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고, 방탄모 역시 머리를 짓누르니 숨은 점점 가빠졌다.
두 번째 탄알집으로 교체한 이후부터는 개인화기 탄피주머니 속 탄피들이 기능 고장을 계속 일으켰다. 쉼 없이 터지는 격발음들 속에서 순간 당황에 급히 몸을 숨기고 노리쇠를 만지는 동안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훈련이 계속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점점 흐려졌다. 다음 점령구간을 어떻게 진입할지 생각하기보다 장애물에 몸을 숨기기 바빴다. 먼 거리에 떨어진 상대를 발견하면 조준할 틈도 없이 방아쇠를 먼저 당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다음 점령지역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전투기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은·엄폐와 엄호 시야 확보에 실패하면서 장렬히 산화하고 말았다. 그래도 공격 측은 방어 측 깃발 탈취에 성공하면서 훈련은 종료됐다.
'싸우는 방법대로 훈련한다'는 KCTC의 표어처럼,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맞게 내 몸이 움직이고 있었고, 순간의 실수가 '전사'(戰死)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2002년 문을 연 KCTC는 중대급 과학화훈련을 시작으로 대대급으로 발전해 2018년부터 여단급 훈련체계를 갖췄다. 훈련 장비는 5000여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도록 49종 8만 5000여점이 구비돼 있다.
여의도의 41.6배 규모 120.7제곱키로미터(㎢) 훈련장에서 전차, 장갑차 등 대형 장비에 마일즈 장비를 탑재해 대규모 전술훈련부터 훈련까지 진행할 수 있다. 여단급 과학화 훈련체계는 미국과 이스라엘 외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KCTC는 매년 10~12회 야전부대 간 훈련, 전문대항군과 야전부대 훈련 등 사실상 연중무휴로 돌아간다. 전문 대항군은 전입 신병은 3주 동안 고난도 체력 및 교육훈련을 거칠 정도로 특급전사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전문대항군들이 뛰노는 훈련장은 400~1200고지로 구성돼 있어 산악 작전에 있어서 이들의 역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받는다.
KCTC의 마일즈 체계는 '변태스러울' 정도로 집요한 정보 수집 역량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전술지도 화면에는 각 장병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사망 위치 등이 표시된다. 이에 더해 피해 정도도 △경상(응급처치 후 임무 수행) △중상(군의관 치료 후 보충 병력 활용) △사망(후송 및 영현 체험)으로 구분하고 피격 부위와 관통 여부도 함께 기록된다.
또 과학화 훈련용 수류탄 피격 당시 자세 등에 따라 피해 정도에 차등을 둔다. 포복 자세로 피격된 인원은 경상, 서 있는 자세로 피격된 인원은 사망으로 분류하는 등 상황 발생 시 대처에 미흡했던 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피격 및 사망 당시 세세한 정보값을 제공한다.
기자단이 방문한 날에는 지난 14일 시작한 제4회 K-국제 과학화전투경연대회(K-ICTC)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2023년 시작한 K-ICTC는 올해까지 24개국이 참가했고 유엔군사령부 참여국 중심으로 참가하다가 최근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중동, 유럽 국가들의 참가·참관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미국, 호주, 폴란드 등 7개국 12개 팀 330여명이 참가했다.
전문 대항군과의 도시지역 전투 훈련을 마친 이후 K-ICTC 중대급 다국적 연합팀 쌍방 자율기동훈련을 참관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일정인 이 훈련은 40분 내 상대편 지역의 목표지점을 점령하거나 상대를 전원 전멸시키는 방식이다.
A팀은 육군 제7·9·37사단과 미국·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총 180여명으로 구성됐다. B팀은 육군 제3·21사단과 제2작전사령부 1신속기동대대, 호주·폴란드·캄보디아 장병 180여명이 배속됐다.
A팀은 훈련장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금부천' 하천을 향해 북단·중앙·남단으로 각각 병진 기동하고, B팀 목표지역 방어를 위해 소수병력을 후방에 남겨두는 작전을 구사했다.
반면 B 팀은 남북단에 각각 하천 일대 건물을 선점해 도하를 저지하다가 후방 대기 병력을 우회 기동해 목표지역으로 침투하는 작전을 세웠다. 격렬한 교전은 금부천을 가로지르는 금부교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전투 작전개시"
훈련장 전진한계선에 대기하던 양 팀은 폭음탄의 요란한 폭발과 함께 일제히 금부천 하천을 향해 질주했다. A팀 예하 2개 연합팀은 일제히 금부교 서쪽 건물을 차례로 점령하며 공용화기를 이용해 B팀 지역인 금부교 동쪽을 향해 제압사격을 가했다. 이내 A팀의 1개 연합팀은 금부교 남단에서 연막 차장을 깔고 금부천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B팀은 금부교 동북쪽 건물을 점령하고 A팀 지역을 향해 제압사격을 가했다. 한편 훈련 시작 5분 만에 금부교 남단에서 연막 차장을 뚫고 침투하는 A팀과 이를 저지하는 B팀의 교전으로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금부교를 두고 양측이 교전을 이어가던 중 후방에 대기하던 B팀 1개 연합팀이 일제히 금부천 북부를 크게 우회 진출해 금부천 도섭에 들어갔고 삽시간에 A팀 목표지역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훈련 시작 10분 만의 일이다.
같은 시간 훈련장 중앙 금부교 서쪽에서 B팀의 진출을 저지하던 A팀 병력은 좀처럼 후방 방어를 위해 이동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후방지역과 전방 사이의 통신 및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장면이었다.
훈련 시작 17분, B팀 장병들이 붉은 연막을 피워 올리며 A팀 방어지역 점령에 성공했음을 알리면서 훈련은 종료됐다.
훈련 시작과 함께 기세를 몰아붙이던 A팀이 B팀의 우회공격에 무너진 모습을 보면서 언어도 교리도 다른 다국적 연합군에서 지휘, 통신을 유지하고 전황을 공유하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날 연습에 앞서 K-ICTC 참가팀들은 14일 오후부터 도시, 산악지역 훈련장에서 국가 대항 리그전을 진행해 총 40여회 교전을 진행했다. 참가팀들은 시가지, 산악 등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 급변하는 상황을 현장에서 판단해 기동하며 상대 전술에 대응하며 전투 기량을 겨뤘다.
18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K-ICTC에서 KCTC는 교전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기록해 참가팀들의 전투수행능력을 평가한 결과 우즈베키스탄 팀을 이번 대회 최우수팀으로 선정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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