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차오른 흙탕물 뚫고 "찾았다"…목숨 걸고 생존자 구한 韓구호대

KDRT, 펄밭·잔해 헤치며 전진…침수 구간 지나 터널 깊숙이 수색
전복된 레미콘 뒤에선 시신도 수습…네팔군, 한국 대원들에 사의

6일 외교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KDRT)의 전날(5일) 네팔 홍수 피해 현장 수색 영상에 구조대원들이 진흙밭을 기어가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터널 내부를 수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외교부 제공).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진흙으로 뒤덮인 터널 입구 진입로에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낮췄다. 대원들은 서서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진흙밭을 기어서 넘어갔다.

가까스로 진입로를 통과하자 이번에는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흙탕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앞에 어떤 장애물이나 함정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만일 여기서 실수하거나 고립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DRT 대원들은 또다시 전진했다. 물을 헤치고 전복된 레미콘과 붕괴물 잔해를 넘어서자 기적과 같이 생존자가 나타났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KDRT 구조팀은 전날(5일) 네팔 홍수 피해지역인 위어댐 인근 터널 내부를 수색하던 중 중국인 생존자 1명을 발견해 구조했다.

이날 외교부가 공개한 수색 당시의 영상에는 긴박했던 생존자 구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원들은 안전모에 카메라를 부착해 수색 및 구조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위어댐 인근 터널 내부 수색작전에는 구조대원 10명이 투입됐다. 수색대원이 길을 잃지 않도록 터널 입구에 안전요원 2명, 내부 중간 지점에 안전요원 4명을 배치하고 나머지 대원 4명이 터널 깊숙이 들어가 수색을 담당하기로 했다.

터널 입구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진입는 산 위에서 밀려 내려온 진흙이 쌓여 좁은 틈만 허락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대원들은 몸을 낮춰 바닥을 기어서야 입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간신히 이를 넘어서자 이번엔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침수구간이 나타났다. 대원들은 흙탕물 밖으로 간신히 고개만 뺀 채 계속 전진했다.

침수구간을 통과하자 이번엔 전복된 대형 레미콘 트럭이 나타났다. 여기에 붕괴한 터널 구조물 일부와 다른 잔해들이 겹쳐 발을 내딛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나씩 하나씩 장애물을 넘어서자 뒤에도 장애물은 이어졌다. 터널 내부에는 레미콘 차량이 전복돼 있었고 곳곳에 붕괴물이 쌓여 있었다. 대원들은 이를 하나씩, 하나씩 넘어가며 수색 범위를 넓혔다.

한 KDRT 대원이 터널 위쪽에 철근 기둥이 세워져 있는 지점을 손전등으로 비추자 사람 형체가 희미하게 식별됐다. 구호대원은 "생존자, Are you ok?"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다른 대원도 "생존자 찾았다"라고 긴급하게 소식을 전파했다. 생존자는 구호대원을 보고 옅은 미소로 화답하기도 했다.

구조대원은 이 생존자에게 "우리는 한국 구조대다. 국적이 어디냐"라고 물어 그가 중국인임을 확인해 터널 밖으로 안전하게 이동했다. 이번 대홍수 발생 열흘 만에 한국 구호대가 구한 첫 생존자다. 그는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 있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의 터널 안 225m 지점에서 발견됐다.

AP통신과 중국 CCTV 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고립됐던 지점 근처에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 한 명이 더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KDRT는 이에 터널 내부를 추가로 수색할 방침이다. 중국인 생존자가 구조된 곳은 UT-1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역과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다만 수색 과정에서는 3명의 희생자도 발견돼 추가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네팔군은 터널 구조·수색 작전이 끝난 뒤 한국 긴급구호대의 활동에 사의를 표했다. KDRT도 추가 생존자 구조나, 네팔 측과의 더 원활한 협력을 위해 이날 수색 작전에 영어가 가능한 대원 1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KDRT 구조팀 13명은 이날은 위어댐 인근 터널 수색에 10명, 파워하우스 일대 드론 수색에 3명으로 나뉘어 실종자 수색을 진행 중이다.

KDRT는 현지 수색 활동과 함께 네팔 측에 필요한 장비 지원에도 나섰다. 구호대는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바타르(Battar) 지역의 네팔군 부대를 찾아 시신 수습용 가방 262개를 기증했다. 이는 네팔 당국의 지원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