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한 달 앞…北 바꾸려는 정부, 대미·대중 외교 '이중고'

美에 '韓 패싱' 막는 비핵화 로드맵 조율·中엔 北 설득 역할 요청
성급한 스몰딜·北의 핵보유 고착 막고 中 '두 국가' 인정 신호도 관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한 달 뒤 워싱턴 D.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한 외교적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4일 정부도 관련 논의에서 '패싱'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미·대중 외교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에 북한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촉구하면서 북미 협상의 목표와 단계별 수순,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해 향후 북미 대화 국면 전개 시 정부도 주요 의제에서 목소리를 내고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이고 '건설적'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비핵화가 빠진 성급한 북미 합의를 막고,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이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신호를 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과제도 안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한국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앞으로 한 달간 진행해야 할 대미·대중 외교는 상당한 난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중 회담 전 한미 공동의 대북 협상안 마련 필요…北의 '핵보유국' 인정도 막아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9월 24일 미국에서 만날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연내 만남'을 자신의 목표로 상정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대북 외교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로서는 미중 정상의 '담판'에서 향후 북미, 남북 대화 가능성을 찾는 밀도 있는 탐색전을 벌여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 주도의 대북 외교와 북한 편을 드는 중국의 스탠스로 자칫 한국이 향후 대북 외교 국면에서 '패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만큼,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중 양국에 전략적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전문가들은 대미 외교의 우선 과제로 한미가 중국, 북한에 공동으로 제시할 수 있는 협상의 목표와 의제를 구체화할 필요성을 꼽는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나 핵물질 생산 동결 등을 초기 조치로 추진하더라도 이를 '동결로 끝나는 합의'가 아니라 비핵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섣부르게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도 북미 대화의 본격화 국면에선 한국과 소통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기조는 북한과 양자 대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취지로 읽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한미가 공식적인 '카운터파트'를 정해 공개적인 방식의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통해 북한과 북한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의 '오판'도 막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최근 불거진 한미 연합연습의 전격 축소 등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비치는 조치들의 파장을 수습하고 한미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안전장치는 한미관계의 복원"이라며 "대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어떤 내용을 다룰지 한미가 철저하게 공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핵화 입 닫고 '남북 두 국가' 공개 발언한 中…"'구체적 역할' 요구해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정부는 중국에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는 '건설적 역할'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건설적 역할'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명확하게 그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국에 막연히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향후 북미 회담을 중국에서 여는 방안을 타진해 중국이 자신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한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재'의 역할을 맡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11월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해 '가을 북미 대화'를 언급한 만큼, 미중 정상회담과 APEC으로 이어지는 하반기 '외교 빅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이 대북 외교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ingratiate) 동시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미묘하게 약화시키기 위해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에 관한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비핵화가 담기지 않는 등 중국은 과거의 대북 협상 방식을 재현하는 것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남북을 '두 나라'로 표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외교부는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지지하는 듯한 이 같은 표현이 중국의 공식 대외 메시지로 굳어지지 않도록 비핵화와 남북 관계에 관한 원칙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봉길 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중국의 레버리지를 통해 북한의 일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면서도 "순식간에 100% 비핵화 달성은 어렵다는 점은 미국과 중국, 한국 모두 알고 있어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하느냐가 관건이며 여기서 정부가 어디까지 우리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짚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