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핵화' 불똥 튄 연합훈련…"韓, 단계적 기여 전략 마련해야"

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넘어 국제 분쟁으로…기여 논리 재정립 필요
트럼프, 이란 문제 한반도 방위태세와 연계시켜…'동맹 차등화' 대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연합 결성 시도가 기존 단독 작전 구상에서 유럽 및 걸프 국가 주도의 '삼중 구조'로 분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맹 기여'가 아닌 '해상교통로 이용국의 능동적 부담'이라는 명분 아래 단계적·조건부 기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특히 최근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함께 한국의 이란 정책 비협조를 공개 언급함에 따라, 중동 이슈가 전작권 전환 및 한반도 방위 태세 등 한미 동맹 현안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저비용·저위험'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넘어 국제 분쟁으로…한반도 안보와도 연계

23일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발간한 '미국의 호르무즈 연합 결성 시험과 한국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지난 5개월간 지속된 미국의 호르무즈 연합 결성 시도는 일방적인 동맹 동원 방식에서 벗어나 다자 협력체에 합류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미국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동맹국 7개국의 파병 요구, 단독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 등을 추진하다가 지난 7월 24일엔 영국에 고위급 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등 현재는 영·프 주도의 유럽 협력 틀에 합류한 상황이다. 동맹에 요구하는 기여의 형태도 전면 파병에서 소해 함정, 수상함, 무인기 등 특정 역량 제공으로 좁혀나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보고서는 현 호르무즈 해역의 안보 구조가 기존 '유럽 주도 vs 미 단독'의 이중 구도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다국적해양방위동맹(MMDA)'이 출범하며 삼중 구조로 분화했다고 분석했다. 전선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 후티 반군이 개입한 바브엘만데브 해협 및 수에즈 지중해 연안까지 연쇄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가 중동을 넘어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역시 기여 논리를 재정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 동참 거부를 연합훈련 축소와 연계한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정치적 돌발 변수가 앞으로도 한국 안보에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와 이란 비핵화 거부를 연계한 것은 중동에 대한 기여 문제가 오는 하반기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현안인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협력, 통상 협상 등과 사실상 연동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른바 '동맹 차등화' 위험이 한반도 방위 태세로 현실화한 첫 사례로, 앞으로 어떤 명분으로 어떤 자산을 기여해 한미 동맹 현안과의 부정적 연계를 차단할지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韓, 해상교통로 '능동적 기여'로 전환해야…한반도 안보 연계 차단

이에 보고서는 한국의 기여 논리를 기존 '미국 요구에 대한 응답'이 아니라 '원유 수입의 68%가 통과하는 해상교통로 이용국의 능동적 부담'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민·선박 보호라는 정당성을 확보해 국내 여론 및 국회 동의 절차의 부담을 경감하고 기여의 성격과 범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조건별로 기여 가능한 단계별 조건과 자산을 분리, 연합훈련 등 국내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현안과의 연계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 단계에선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 MMDA와의 정보 공유 및 합동훈련 등을 함으로써 옵서버 또는 파트너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저비용·저위험 진입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추가 파병 및 국회 동의 없이 기존 자산만으로도 기여가 가능할뿐더러, 미 측이 요구하는 '기여하는 중견국'으로서의 지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엔 정세 변화에 따라 해상초계기 지원, 정비 허브 제공, 종전 합의 및 국회 동의를 거친 다국적 호송 참여 등으로 기여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여는 이제 더 이상 한반도 방위 태세와 분리되지 않는다"라며 "단기적 해협 재개방이 아닌 '중장기 불안정 속 해상교통로 관리'를 전제로 한반도 안보 이슈와의 부정적 연계를 차단하도록 한국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