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 출입 원칙 미준수·총기 관리 부실…해병대, 총기·탄약 관리에 구멍

부사관 사망 사고 계기로 문제점 확인…개인서랍서 탄약·무기고 열쇠 발견
해병대사령부 주관 감찰 진행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위병소. 2023.7.20 ⓒ 뉴스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해병대사령부가 최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부사관의 영외 총기 사망사고 조사 결과 부대 내 총기 및 탄약 관리 체계에 구멍이 발생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부대 지휘통제실에 보관해야 할 총기 및 탄약고 열쇠가 숨진 부사관의 사무실 서랍에서 발견됐고, 병기고와 탄약고에 출입할 때 항상 간부 2명이 가야 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 전시에 사용할 무기를 보관하는 무기고에 현재 사용 중인 개인화기를 함께 보관하는 등 병기 관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외 간부 숙소에서 발생한 해병대1사단 상륙돌격장갑차대대 병기탄약반장 A 중사의 총기 사망 사건 조사 과정에서 "사고자 총기 및 탄약 반출 경위를 확인하는 중 소속 부대의 총기탄약 관리 부실 사항을 식별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무기고와 탄약고 출입 시 관리책임자 2명이 모두 동행해 출입해야 하지만 사고자가 다른 책임자 없이 병기병 2명과 출입했고, 지휘통제실 열쇠 보관함에서 보관해야 할 병기고와 탄약고 열쇠는 사고자 사무실 서랍에서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

해병대에 따르면 A 중사는 지난달 28일 개머리판 교체를 위해 치장무기고에 보관 중이던 개인화기 2정을 꺼내 1정은 수리 교체를 마치고 예하 중대에 지급했고, 다른 1정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고 온 후 무기고에 입고하지 않았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건에 사용된 병기는 대대 치장무기고에서 반출됐다. 규정상 치장용 무기고는 일반 운용 병기가 들어가면 안 되고 분리 보관해야 한다"면서 "치장 무기 보관의 규정상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장무기고는 전시에 동원 병력에게 지급하는 무기를 보관하는 곳으로, 현재 사용 중이거나 수리가 필요한 운용 화기를 그곳에 함께 보관할 수 없다. 그러나 A 중사가 치장무기고에서 꺼낸 개인화기 2정은 모두 현재 운용 중인 무기로 드러났다.

이어 A 중사는 같은 달 30일 앞서 치장무기고에 함께 갔던 병기병 2명을 데리고 탄피 반납 및 실셈을 위해 교육훈련용 탄약고를 찾았다. 이날도 A 중사는 탄약고를 함께 관리하는 지원과장(장교)의 동행 없이 탄약고를 찾았다.

해병대수사단은 A 중사와 함께한 병기병들의 진술을 확인한 결과 탄피를 실셈하는 중 A 중사가 교육훈련용 탄약 10발이 꽂혀있는 탄 클립 1개를 몰래 챙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소속부대 폐쇄회로(CC)TV 확인결과 A 중사가 지난달 29~31일에 가방을 휴대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해병대는 이 기간 중 총기와 탄약이 영외로 반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A 중사와 함께 병기·탄약고를 관리하는 지원과장이 두 번 모두 동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원과장이 대대 전체 군수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서 당시 다른 업무가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 중"이라며 "관행적으로 일어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자와 함께 총기·탄약고 열쇠를 관리하는 부서장과 관계 부서원, 관리 시스템을 총괄하는 지휘관 등을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총기·탄약 관리 인원의 신상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병기와 탄약을 한 사람이 관리하는 편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편제상 탄약과 총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육을 받은 사람 1명을 병기탄약담당으로 두고 있다"면서 "보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병대는 군사경찰과 군검찰, 민간 경찰이 참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3명, 유가족 참관 아래 현장감식과 검시를 진행해 사건 현장에서 소총 1정, 탄약 9발, 탄피 1발을 수거했다.

또 A 중사의 휴대전화 2대와 태블릿 PC 1대 사무실 PC 1대의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며 사망에 이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A 중사가 영외로 총기·탄약을 반출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에 추가 감정을 의뢰했다.

검시 결과 총상에 의한 사망 이외 외력에 의한 신체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 4일 유가족 입회하에 진행한 부검에서도 총상에 의한 사망 이외 다른 외상은 없다는 부검 소견을 받았다고 해병대는 전했다.

해병대는 사고 발생 이후 대대급 이상 지휘관과 주임원사, 참모들을 대상으로 긴급 지휘관 및 참모 회의를 열고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전 부대 총기·탄약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 9일부터 해병대사령부 감찰실 주관으로 해병대 1사단 전체에 대한 감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