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대사 남편은 공화거물…'조현 예방' 이례적 동행, 막후 외교 기대

숀 스틸 변호사, 트럼프와 직접 소통 '파워 브로커'
쿠팡·대미투자·안보 현안에 美정부 가교 역할 가능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접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스틸 대사 뒤에 선 인물이 남편인 숀 스틸이다. 2026.8.4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첫 공식 일정부터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동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대사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신임장 제출을 위해 부부가 모두 외교부를 찾으면서다. 이를 두고 스틸 대사의 남편 숀 스틸의 '영향력'이 벌써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공화당의 원로 인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한국에선 낯이 익은 인사는 아니지만, 숀 스틸은 공화당에서 60년 넘게 활동해 오며 단단한 정치적 기반을 가진 인물이다. 스틸 대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어준 정치적 연결고리로도 꼽힌다.

이런 맥락에서 쿠팡 문제와 대미 투자, 안보협의 등 한미 간 이해가 맞서는 현안이 쌓인 시점에서 그가 아내인 스틸 대사와 함께 외교부를 방문한 것은 앞으로 그가 한미 간 소통에 비중 있게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5일 나온다.

입국 후 주요 일정에 동행…조현 장관까지 면담하는 '이례적 행보'

스틸 대사 부부는 지난달 30일 입국 이후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남대문시장 방문으로 한국 시민들과 '스킨십'을 한 데 이어 2일 영락교회 방문, 4일 신임장 사본 제출과 조현 외교부 장관 예방까지 함께했다. 대사 배우자가 외교부 장관과의 공식 면담까지 함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외교부 당국자도 "조금 특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보 자체가 숀 스틸이 단순한 '대사 남편'이 아님을 보여 준다. 지난 2020년 미 연방하원 선거 당시 스틸 대사를 밀착 취재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전후석 감독은 앞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캘리포니아 공화당의 '정치 파워브로커'로 불렀다. 스틸 대사와 트럼프 대통령을 연결한 핵심 인물로, 이번 대사 지명 과정에도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 감독은 "숀 스틸은 막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보다는 전통적인 공화당 세력에 가깝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셸(스틸 대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도 숀이었다"며 "스틸 대사가 부임한 뒤에도 숀과 트럼프 대통령 간 채널은 긴밀하게 가동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숀 스틸은 17세였던 1964년 보수주의의 상징인 배리 골드워터의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현장을 시작으로 60여 년간 당 조직 관리와 정치자금 모금, 인재 발굴 등에 관여해 왔다. 미국 최대 주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거쳐 2008년부터는 당의 전략을 결정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전국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24년 그를 '골드워터에서 트럼프까지' 공화당의 60년 변화를 지켜본 원로로 조명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도 그를 '캘리포니아의 공화당 거물'로 소개하며 스틸 대사가 지역 내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남편의 인맥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캘리포니아 방문 당시,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그를 영접한 3명 중 2명이 스틸 부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정치 상황을 묻자 숀 스틸이 캘리포니아 공화당의 분위기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쿠팡·대미투자·안보협의 산적…막후 소통 역할에 주목

이같은 그의 입지 때문에, 한국 외교가도 앞으로 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쿠팡이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한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양국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다룰 2차 안보협의 일정도 조율 중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쿠팡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미 의회와 백악관에 정확히 관철하면서, 대미 투자와 안보협의에서는 미국의 유연성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적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 막강한 공화당 인맥을 가진 인사가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조 장관도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스틸 대사를 "'워싱턴 직통'으로 통한다"라고 평가하며 한미 간 어려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는데, 이같은 평가의 배경에도 숀 스틸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장관이 이례적인 면담을 수용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숀 스틸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스틸 부부가 공식·비공식 경로로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통로를 모두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관건은 이 소통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얼마나 충분히 전달하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그의 인맥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입장을 워싱턴에 전달하는 가교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대미 투자 이행이나 미국 기업 보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서울에 더 강하게 전달되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식 권한이 없는 대사 배우자가 외교 현안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의 여지도 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