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략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한미의 구식 소통

문자로 소통하다 구멍 난 경기 무인기 오인 사태…동맹 자산 격추할 뻔
'불통' 쌓이면 '불신' 고착화…잘못은 뿌리 뽑아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U-2S 고고도정찰기가 이륙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기 파주 최전방에서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무인기를 우리 군이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타격할 뻔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해병대와 함께 훈련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동맹의 군사 자산을 격추하는 사상 초유의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황당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 원인은 '잘못된 관행'이었다. 원칙대로라면 미군은 공중 자산 전개 수일 전 관할부대에 정식 공문을 보내 이를 통보하고, 일정 고도 이상 운용할 시 관할부대보다 상급부대인 공군 작전사령부나 지상작전사령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원칙과 절차는 '문자 한 통' 앞에서 무력화됐다. 미군 측은 훈련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해병대 간 훈련에선 처음 진행되는 고고도 무인기 비행 훈련 계획이 추가됐다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한국 측 담당자에 보내는 것으로 갈음했고, 한국군 담당자 역시 관련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통상 진행하던 저고도 비행 훈련으로 생각하고 상급 부대에 보고조차 생략했다.

돌아온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미군의 무인기는 '예정대로' 고고도 비행을 실시했고, 경계를 서던 장병들은 '예정에 없던' 비행체의 등장에 화들짝 뒤집어졌다. 북한 무인기 정도는 떠야 격상되는 방공태세인 '두루미'까지 발령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사실 '통상적 저고도 비행'도 한미 간 사전 소통과 승인 등 체계적 행정 절차가 필수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한미는 그간 이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자 통보'를 당연하게 여기고, '통상적 훈련'은 상부에 보고조차 않는 관행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닐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의 엇박자 소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는 지난 2월에도 미 공군의 서해상 훈련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미 공군의 서해 출격에 중국 전투기가 맞대응하면서 공중해서 양국 군이 대치하는 상황이 조성됐으나, 우리 군은 이를 뒤늦게 안 것이다.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라는 우리 군의 입장에 미군은 "정상 통보했다"라고 맞섰는데, 아직도 '그날의 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불통이 누적되면 구조적 이견과 불신이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현장의 사소한 편의주의가 지휘부 간의 신뢰 균열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연합 방위태세 전반을 흔드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목표 연도를 확정 짓는 문제부터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협력까지,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큰 안보 현안의 결론을 내야 한다.

1년에 1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는 해병대 간의 연합훈련조차 매끄럽게 소통하지 못하는 양국이 과연 동맹의 미래가 걸린 중장기적 전략 과제를 제대로 통제하고 운용해 나갈 수 있을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관행'이라는 그늘 아래 묵혀둔 안일함을 뿌리 뽑아야 할 때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