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요원 명단 유출' 2년 만에…또 정보요원 신상 노출 우려
국립외교원 해킹 파장 지속…이름·근무지·직책 등으로 정보 활동 '노출' 우려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의 해킹 사태로 해외공관에 파견된 정보기관 요원 수백 명의 신상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4년 국군정보사령부의 블랙·화이트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2년 만에 정보요원의 신상 관련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2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아직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해커는 지난해 4~5월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 서버를 장악한 뒤 올해 2월 초까지 10개월간 들키지 않고 수시로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스템에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을 비롯해 타 부처에서 파견된 주재관, 재외공관 행정직원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유출된 정보는 성명, 아이디(ID),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 최대 1만 건에 이른다.
해외공관에 주재관으로 정식 파견되는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받는데, 이용자 중 해외 공관에 정식으로 파견된 정보기관 요원(화이트요원) 수백 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분을 숨기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블랙요원'은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 유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정보기관 요원의 개인정보가 이번에 유출된 정보에 포함됐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조직 인력의 구체적인 규모와 상세 내역은 국가안보와 무관치 않은 사안인 만큼 언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피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식으로 파견된 정보요원은 현지에서 신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데다, 사진이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주소, 공무원 사번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시스템에 저장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국가에 배치된 인력의 이름과 근무지·직책이 하나의 자료로 취합되면 위험성은 달라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 교차 분석하면 해외 정보인력의 배치 현황과 조직 체계를 일부 추정할 수 있고, 이들이 접촉하는 정보원을 추적하거나 '표적 피싱'을 시도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출된 명단이 적대국에 넘어갔다면 해당 요원들의 신변에도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 이후 2년 만에 발생했다. 당시 정보사 소속 군무원 천 모 씨는 중국 정보기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해외에서 활동하던 블랙요원 일부의 명단과 정보사 조직·임무, 정보부대의 작전 방법과 계획 등을 넘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돼 올해 초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정보사는 해외 블랙요원들을 긴급하게 귀국시키는 등 일시적으로 정보망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는 블랙요원의 신상이나 구체적인 공작 정보가 유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두 사건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외 정보요원의 개인정보 관련 사고가 되풀이된 만큼 철저한 피해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이나 중국 등이 배후에 있는 해킹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들 국가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면 해외 정보인력을 겨냥한 정보 수집이나 역공작에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타 국가 등 배후의 해킹조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종인 교수도 "이번 공격은 가상자산 탈취나 랜섬웨어 등 돈을 노린 공격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해당 시스템의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피해 사실 공개까지 수개월이 걸린 점을 두고도 민감한 정보 유출 내역 파악 등에 시간이 걸린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월 관계기관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접근 정황을 통보받은 지 약 5개월이 지난 20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해킹 사실을 공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사이버 공격과 침해는 유례없는 사안으로, 국가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며 "관련 분석과 검토에 신중을 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있었다면 신속히 귀국시키거나 보호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밝혀야 국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는데, 지난 5개월간 이미 일부 조치가 취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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