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 "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 송구…'상호운용성'이 결정적 차이"
"성능·납기·MRO 등 기술력엔 차이 없어"
"잠수함 기술력 세계에 각인…기술 격차·현지화로 주류시장 진입"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한화오션(042660)이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린 데 대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한국 잠수함이 성능과 납기 등 기술 능력에선 대등하게 경쟁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캐나다와 독일 전력의 상호운용성과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결정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 청장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소관 사무를 담당한 책임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라며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 산업통상부·국방부·외교부·해군 등 범부처 총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6일(현지시간)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 다만 캐나다 정부는 TKMS와 최종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협상할 권리를 남겨뒀다.
이 청장은 캐나다 측이 TKMS 선정 이유로 △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 등 성능 △나토 동맹국 3분의 1 이상에 잠수함을 공급한 경험 △동맹국 간 훈련·정비·부품·승조원 공유가 가능한 나토 상호운용성 △노르웨이 정부의 생산 순번 양도를 통한 조기 인도 △산업 협력과 일자리 창출, 유지·보수·정비(MRO), 기지 배치에 따른 지역 혜택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캐나다의 의사결정 이유로 제시된 내용을 보면 배터리 등 잠수함 성능, 조기 납기, 산업 협력, MRO 등 지역 혜택은 우리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납기는 우리가 1년 이상 빨랐다"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결국 결정적 차이는 나토 상호운용성, 협력 부분에서 발생했다고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캐나다가 잠수함 자체의 성능이나 산업 협력 조건보다 기존 대서양 안보동맹과의 운용·정비·훈련 체계를 더 중시했다는 분석이다.
방사청 관계자도 "캐나다 입장에서는 기존 대서양 전략동맹을 계속 강화할 것이냐,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확장할 것이냐는 전략적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기존 동맹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캐나다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관할해야 하고, 특히 북극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컸다"라며 "우리에게 북극은 북극항로 정도의 개념적 문제이지만 캐나다에는 현실적인 안보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북극 근접 영역이고 우리는 북극과 많이 떨어져 있다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방사청은 한국 잠수함이 북극 작전 능력에서 기술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가 북극에 가서 시험평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수준의 혹한 환경에 대한 시험평가는 한다"라며 "그 점에서 우리가 열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호운용성에 대해 "잠수함은 물속에 들어가면 은밀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어서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운용하는 무기체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캐나다 입장에서는 기존에 운용해 온 체계나 앞으로 운용할 체계, 부품 공유 측면에서 독일 쪽이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이번 수주전이 실패로만 남을 일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도전의 성과가 없지는 않다"라며 "우리 잠수함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세계 방산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과거 노르웨이 전차 수주 사업에서 K2 전차가 혹한지 성능평가를 통과했으나 수주에는 실패했고, 이를 눈여겨 본 폴란드가 이후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도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방사청 관계자도 "이번 사업은 우리 잠수함의 일종의 '쇼케이스' 계기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실전 배치된 잠수함이 1만 4000㎞를 실제 항해하며 작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고, 그 과정에서 거주성에 대해서도 캐나다 해군 현역 승조원이 직접 장점을 얘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앞으로의 과제로 기술 격차 확보와 현지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을 뛰어넘을 정도의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획기적인 현지화를 통해 주류시장에 진입할 틈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토 시장 진입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나토 시장은 방산시장에서 주류인 만큼 방산 4강 달성을 위해서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든 나토 시장 참여와 진입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나토 표준 공유, 군수지원 관련 협정 등 외교적 노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토 측에서도 한국과의 방산 협력 필요성을 상당히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웬만한 시장에서 독일과 경쟁하는 형편이라 독일 측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라고 했다.
방사청은 방산 수출 지원 조직 보강 필요성도 제기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처' 승격 문제와 관련해 "정부조직 어젠다는 대통령 의제라 지금 시점에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이번 과정에서 느낀 것은 청의 방산 수출 지원 조직이 많이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시급하게 보강될 필요가 있으며 강력하게 건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방산 수출 실적과 관련해선 "상반기에 외부의 눈에 띌 만큼 큰 사업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들을 상당히 많이 수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계약이 거의 서명만 남은 사업도 몇 가지 있고, 하반기 내 계약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들도 있다"라며 "규모가 있는 사업들을 모두 수주하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수 있고, 그중 둘 정도만 해도 지난해 수준과 동등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번 결과를 방산 4강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며 "방산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추진하고 피지컬 AI 역량이 보강된 체계 개발에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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