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일 잠수함 아닌 NATO에 졌다…'전략 동맹' 안정성 택한 캐나다
캐나다, 30년 운용망·나토 상호운용성·북극 안보 등 '안정성' 선택
韓, 검증된 실물·빠른 납기 앞세웠으나 고배…'동맹형 패키지' 마련 과제로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신 것은 잠수함 성능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캐나다군 기지에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로 출국하기 직전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잠수함 사업자 선정이 단순 무기 구매가 아니라 나토 동맹과 유럽 안보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카니 총리는 한국의 한화오션(042660)과 독일 TKMS에 대해 "매우 유능한 두 공급업체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라며 두 회사 모두 캐나다 해군의 높은 요구 사항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의 이유로 TKMS 잠수함이 "북극권 해역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성능 경쟁에서는 둘 다 기준을 통과했지만, 전략적 선택의 무게추가 나토 쪽으로 기운 셈이다.
한화오션도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잠수함은 기술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을 기반으로 한 장보고-Ⅲ 계열은 이미 실물이 건조돼 운용 중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제안한 장영실급 잠수함도 이 플랫폼의 후속 모델이다. 실제 지난달 캐나다 해군 승조원이 우리 잠수함에 탑승해 승조원 편의성과 작전 운용성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500톤급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잠수함으로, 아직 실전 운용 사례가 없는 설계 단계라는 한계가 있었다.
납기 측면에서도 한국 잠수함의 장점이 뚜렷했다. 한화오션은 새 잠수함이 2035년쯤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해야 한다는 점을 겨냥해 빠른 인도 가능성을 강조했다. 캐나다 해군 입장에서는 전력 공백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였고, 한화오션은 이미 검증된 플랫폼과 국내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이 요구에 대응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업에서 후속 군수지원과 정비, 훈련, 작전 운용,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전략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잠수함은 도입 이후 수십 년 동안 정비·부품·훈련 체계가 따라붙는 무기체계다. 어느 잠수함이 더 우수한가보다, 어느 체계가 30년 이상 더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캐나다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독일은 나토 회원국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다. 독일과 캐나다는 모두 나토 핵심 회원국이고, 독일과 함께 212CD를 개발하는 노르웨이도 나토 회원국이다. 캐나다가 212CD 체계에 합류하면 독일·노르웨이와 같은 계열 잠수함을 운용하며 정비망, 부품 공급망, 훈련 체계, 작전 교리까지 공유할 수 있다. TKMS의 제안은 사실상 나토 공동운용망을 함께 파는 구조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독일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연합작전과 정비, 교육훈련 측면에서 독일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면 나토 내 상호운용성과 동맹국과의 장기적 관계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극 변수도 독일에 힘을 실었다. 캐나다 해군은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를 동시에 감시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활동이 확대되면서 캐나다는 북극 주권과 수중 감시 능력 강화를 핵심 국방 과제로 삼고 있다. TKMS는 212CD가 북방 해역 작전을 염두에 두고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잠수함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유럽 방산망과의 결속 흐름 역시 독일에 유리한 배경이 됐다. 캐나다는 최근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 구매 금융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에 비유럽권 국가로는 처음 참여했다. SAFE는 참여국이 유럽산 무기를 공동 구매할 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독일을 잠수함 파트너로 선택할 경우 나토뿐 아니라 EU 방산 공급망과도 연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산업 협력과 경제 효과를 대대적으로 제시하며 불리한 고지 극복에 최선을 다했다. 2026년부터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교역·투자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고, PCL 건설, 블랙베리, 온타리오 조선소 등 현지 기업 및 기관 67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캐나다의 산업기술혜택 제도를 겨냥해 잠수함 수주를 단순 무기 판매가 아니라 현지 산업협력 사업으로 확장하려 한 것이다.
정부도 수소 화물트럭 생산과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프로젝트 구상으로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캐나다를 찾아 잠수함 수주전을 측면 지원했고,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제조 공장과 충전소 인프라 건설을 포함한 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하지만 독일 역시 현지 공급망과 산업 협력 카드를 적극 활용했다. TKMS는 캐나다 특수강 업체와 차세대 잠수함용 강재 계약을 맺는 등 현지 산업 참여 방안을 제시했고,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에 배정될 잠수함 물량 일부를 조정해 캐나다에 더 일찍 넘기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카니 총리는 TKMS의 인도 지연 우려에 대해 독일과 노르웨이가 생산 물량 일부를 양보하기로 했다며 2034년까지 4척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수주전은 한국 방산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한화오션은 비(非)나토 국가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최종 후보까지 올라 기술력과 납기, 산업 협력 능력을 입증했다. 과거 같으면 독일 잠수함 강국과의 경쟁 자체가 어려웠을 시장에서 한국이 막판까지 승부를 벌인 것은 K-해양 방산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사례로 대형 방산 수주가 더 이상 무기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확인됐다. 특히 잠수함처럼 수십 년 운용이 전제되는 전략자산은 정비망과 훈련체계, 정보 공유, 동맹 구조가 성능만큼이나 중요하다. 한국이 앞으로 나토권이나 유럽 시장에서 대형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개별 플랫폼의 우수성뿐 아니라 장기 운용·정비·훈련·금융·산업협력을 묶은 '동맹형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방위사업청은 캐나다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과거 독일로부터 잠수함 기술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잠수함 원조국과 성능과 납기 등 모든 기술능력 면에서 대등하게 경쟁했다는 점은 우리 방산 기술력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방사청은 또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방산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추진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획기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주요 방산시장에 확실히 진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번 과정을 통해 형성된 캐나다와의 협력관계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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