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60조 잠수함 수주' 석패했지만…실물 성능 입증으로 새 시장 넓혔다

CPSP 우선협상자에 獨 TKMS 선정…한화오션은 석패
1.4만㎞ 잠항 우수성 입증…李, NATO 정상회의서 방산 홍보 전망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III, 3000톤급)이 지난 5월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 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5.24 ⓒ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캐나다 정부가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교체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방위산업체를 선정했다. 한국은 지난 2년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일자리 창출 등 캐나다에 대한 방산 맞춤형 패키지를 제시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렸지만 막판까지 초접전 끝에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다만 CPSP 사업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잠수함 건조 역량과 실물 운용 능력을 세계에 각인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상대국 맞춤형 전략을 모색하면서 향후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잠수함을 새로운 상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캐나다군 기지에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로 출국하는 길에 이를 발표하며 나토와의 밀착을 더 중시하기 위해 TKMS를 선정했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냈다.

카니 총리는 한국의 한화오션(042660)과 독일의 TKMS의 경쟁에 대해 "매우 유능한 두 공급업체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TKMS와 한화 모두 캐나다 해군의 높은 요구 사항을 충족했으며, 캐나다 근로자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TKMS의 잠수함이 "북극권 해역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이 가능해 원활하게 통신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합동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카니 총리는 TKMS와 최종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가 한화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협상에 착수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잠수함 전통 강호 獨…방산 패키지·특사 외교로 열세 극복 시도했지만 고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 AFP=뉴스1

캐나다는 지난 2024년 9월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CPSP 사업에 착수했다. 교체 규모는 최소 8척에서 최대 12척으로, 건조와 향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고려하면 약 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금액으로만 보면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 수주액의 약 3배 규모다.

지난해 5월 한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방산업체들이 CPSP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같은 해 8월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TKMS가 최종 후보로 선택됐다.

'유보트'(U-Boat)로 유명한 잠수함 전통 강호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500톤급 차세대 잠수함 '212CD'를 내세워 캐나다 작전 환경 적합성, NATO 표준 정보 호환성 등을 강조하며 사업 수주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30년 규모의 경제·산업 협력 패키지도 제안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및 희토류 채굴 등 자원 안보 지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선 후발주자인 한국은 적기 납품,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3000톤급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장보고-Ⅲ 배치-Ⅱ)과 캐나다 수요의 동일성, 항속거리와 무장 제원의 우수성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또 한국 정부와 한화오션은 캐나다 측에 조선, 철강, 인공지능(AI), 우주 등 방산 외 산업 영역에서의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캐나다의 국내 20만 명 일자리 창출 효과와 대규모 투자 공약으로 협상력을 높였다.

방산업계에서는 독일과 캐나다의 군사동맹관계, NATO 호환성 등을 고려할 때 독일의 TKMS가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잠수함 실물의 성능을 여러 차례 캐나다에 선보이고, 잠수함 건조를 넘어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 기대되는 산업 패키지(ITB) 제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최근엔 비등한 경쟁 구도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6월과 10월, 지난달 카니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마다 한국의 방산 경쟁력을 직접 설명하며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올해 1월과 6월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특사로 캐나다에 파견했고, 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김경률 해군참모총장(대장)도 캐나다를 방문하는 등 CPSP 수주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갔다.

1만 4000㎞ 횡단한 韓 잠수함…NATO 정상회의서 이어질 방산 세일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잠수함 사업 등 방산협력 논의를 위해 캐나다로 출국에 앞서 인터뷰 하는 모습. 2026.1.26 ⓒ 뉴스1 김명섭 기자

비록 한국이 CPSP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한국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향후 대규모 사업 수주를 위한 협상력 제고의 경험을 축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PSP 우선협상대상자 심사가 한참이던 지난 3월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은 진해 군항을 출항해 캐나다 빅토리아항까지 약 1만 4000㎞를 항해했다.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이 공식적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잠수함 건조 기술과 실전 운용력의 우수성을 입증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캐나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도산안창호함에 탑승해 입항한 캐나다 해군 관계자는 "신형 전기차를 탄 것과 같았다"는 경험담을 전하며 한국 잠수함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해군은 지난달부터 진행하는 미국 해군 주관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에 도산안창호함을 투입해 나토 회원국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수주전과 별개로 7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하는 NATO 정상회의가 한국 방산의 유럽 시장 진출의 분기로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속하는 유럽의 재무장 상황에서 무기 수요를 미국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은 나토 회원국에게 유럽 주둔 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방위비 인상 등 안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회원국들 입장에서는 대응 방안으로 대미 의존도를 줄일 대체제가 필요해진 셈이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2026.4.9 ⓒ 로이터=뉴스1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의존의 대체제로 한국산 무기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고 싶어도 역내 방산 생산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들은 한국에서 무기를 사고 있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I love Korea). 한국은 환상적인 방위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담의 방위산업을 주요 의제로 정하고 별도의 포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 동맹국을 상대로 방산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나토 방산시장 진출과 견고한 방산 공급망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로 출국할 예정이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