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만난 어제의 영웅, 오늘의 내란범?[기자의 눈]

'헌법 수호' 공로로 훈장 받았지만 내란 가담 피의자 된 조성현·김형기
안보·사법적 판단 괴리 커지면 '국민의 군대' 기준도 혼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마친 뒤 지휘통제실을 찾아 조성현 대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27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의 혼란 속에서 '서강대교 회군'을 지시해 병력의 국회 진입을 막은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최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종합특검에 입건됐다. 국회에 출동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지시를 휘하 부대에 하달했다는 이유다. 종합특검은 조 대령이 최종적으로 회군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초반에 위법한 명령을 부하들에게 전달한 행위 자체가 내란 가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란범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건 조 대령만이 아니다. 한 달 전, 상관의 국회 침탈 명령을 거부했던 김형기 전 특전사 1특전대대장(대령) 역시 현재 형법상 내란부화수행(附和隨行)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상관이었던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과의 통화에서 국회 침탈 지시 일부를 복명복창한 사실이 내란 행위라는 것이다. 수사 당국은 내란에 깊숙이 연루되진 않더라도, 이같은 행위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본 듯하다.

계엄 정국 이후 진상규명 및 신상필벌을 이유로 군인들이 사법의 도마 위에 오르는 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두 영관장교의 입건 소식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법·부당한 명령에 저항해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한 '국민의 군대'의 상징이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계엄 당시 조 대령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즉각 출동했으나, 새벽녘 서강대교를 앞두고 '상황이 이례적이고 임무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판단 아래 부하들에게 서강대교를 건너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수방사 병력이 서강대교를 넘지 않으면서 국회에 대한 병력 증원 시도가 차단되면서 시민과 군의 충돌이 확산하지 않고, 국회의 표결도 이뤄질 수 있었다. 김 대령 역시 국회의원 연행과 시민 강제 진압 지시를 현장에서 최종 거부함으로써 유혈 사태를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들을 '헌법 수호의 상징'이라며 그 공로를 대대적으로 치켜세웠다. 조 대령의 고사로 막판에 제외되긴 했으나 두 사람 모두 특별진급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상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냈다는 이유로 보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참군인' 대우를 받던 두 사람이 불과 몇 달 만에 내란 가담자 취급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12·3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입장에선 조금의 의심이라도 있으면 당시 상황에 관여했던 군인들을 수사망에 올리고 그날의 행적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책무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사법적 잣대가 정부가 공인한 '모범 사례'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검이 원하는 것은 '유사시 즉각 출동 대상'인 조성현과 김형기 대령이 상관의 명령을 받는 즉시 '이것은 내란'이며, '모든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군인들은 이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한 능력은 초능력에 가깝지, 모든 상황을 준비하는 군인의 능력과는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지시를 받아 수행 중 생각을 고쳐 상관의 명령을 어겼고, 그 덕에 일이 바로잡혔고,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괴로운 심경'으로 말한다며 법정에 출석해 상관의 잘못을 증언한 군인과 그러한 행동을 존중할 수 있는 군인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특검의 판단이 시대에 더 필요한 가치라면, 정부의 포상도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일 뿐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과 이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혹시 사법부와 정부에 이들 장교들이 법원의 판단으로 '무죄'를 받으면 사필귀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사법 만능주의의 오류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처럼 치켜세우고 널리 알려야 할 '공'(功)의 기준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면 '과'(過)를 규명함에 있어서도 불복과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징계를 받아 군복을 벗은 이들 중 일부는 두 영관장교의 입건을 '두고 보자'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반성과 성찰은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닐까 우려스럽다.

수사와 안보는 다르다. 행동과 사람을 보지 않고 서류에 적힌 기록으로 모든 가치를 판단하면 군인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가담'이라는 말의 보다 엄정한 해석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