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MOU, 이란에 유리…향후 북미 협상에도 영향"
"'제재 해제·관계 정상화' 맞교환…핵문제는 후순위로 밀려"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핵문제 해결의 기본 전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의 핵군축'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는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27일 '미국·이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체결: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번 합의가 전반적으로 이란에 유리하게 설계됐으며,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후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MOU는 총 14개 항으로 구성됐으며, 전쟁 종식과 제재 해제, 동결자산 해제, 재건기금 조성 등 핵심 조항 상당수에 이란 측 요구가 반영됐다. 특히 제재 전면 해제와 동결자산 해제, 원유 수출 허용 등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조치로 평가된다. 전 연구위원은 "이번 MOU는 이란이 압도적인 우위를 달성한 합의라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라고 분석했다.
핵문제 역시 이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미국은 당초 고농축우라늄 반출과 핵시설 해체를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이란의 농축 권한 자체는 유지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또한 협상 구조 자체도 이란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평가다. 핵문제를 포함한 주요 쟁점이 2단계 협상으로 미뤄지고, 전쟁 종식과 제재 완화 등 이란이 원하는 사안이 선행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반면 탄도미사일 규제와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대리세력에 대한 통제 문제는 합의에서 제외되면서,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핵심 압박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는 이란의 봉쇄를 철회시키는 데 효과적인 카드였지만, 이후 전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협상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전 연구위원은 "회심의 카드였던 역봉쇄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로 전락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는 향후 북미 대화의 방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직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 장면을 공개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점을 언급하며, 이란 사례가 향후 북미 협상의 참고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 연구위원은 "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는 사라지고 핵군축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자국 본토에 대한 위협 제거를 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북한의 핵능력 일부를 인정하는 방향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미·이란 MOU는 핵문제 해결 방식이 '완전한 폐기'가 아닌 '관리와 통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북핵 문제 역시 동일한 흐름 속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 연구위원의 예상이다. 전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비핵화가 실현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플랜 B'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안보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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