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총집결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다자주의 복원" 한목소리

제주포럼 계기 대담
반기문 전 총장 개회사·구테흐스 현 총장은 영상 축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6.25 ⓒ 뉴스1 오미란 기자

(서귀포=뉴스1) 임여익 기자

"현재 유엔은 끊임없는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지만,산산조각난 다자주의를 복원할 수 있는 건 유엔만이 할 수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의 한 세션인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담에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6명 중 5명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전 에콰도르 외무장관,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캐롤린 로드리게스 버케트 주유엔 가이아나대사 등이 참석했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사정상 후보들 중 유일하게 화상으로 참여했다.

후보들은 현재 유엔이 풀어가야 할 숙제로 국제사회의 분열과 다자주의의 쇠퇴를 언급했다. 그린스판 사무총장은 "오늘날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대응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다"며 "유엔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민간과 시민사회의 전문성과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엔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살 전 대통령은 "유엔은 창설 당시와 아직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며 "안전보장이사회를 더 폭넓게 개방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버케트 대사는 "유엔 개혁 과정에서 모든 회원국들이 조율해 나가는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유엔이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갖춘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스피노사 전 외무장관은 유엔의 한계에 대해 "이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말과 행동의 격차를 줄이고 보다 개선된 인프라에 대한 책임성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25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이 열리고 있다. 2026.6.25 ⓒ 뉴스1 오미란 기자

그럼에도 후보들은 국제사회에 여전히 유엔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G7과 G20, 브릭스(BRICS) 등 다양한 협의체가 있지만 유엔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범세계적인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다자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때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위기가 폭발하기 전에 예방하는 다자주의, 유엔 모든 회원국의 목소리를 더 크게 반영하는 다자주의, 유엔 헌장의 원칙과 가치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날 대담은 차기 후보들뿐 아니라 전·현직 유엔 사무총장들도 모두 참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반기문 제8대 총장은 행사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개회사를 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총장(9대)은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가시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차기 사무총장 누가 선출이 되든 전 세계의 거센 격랑 속에서도 유엔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달라"라고 당부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올해 하반기 중 열릴 예정이다. 새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5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