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핵 조기 해결 어렵다…남·북·미·중 위기관리 틀 필요"

韓 전봉근 "北, 2035년 세계 4대 핵무장국 부상 우려"
中 자오밍하오 "4자 대화·6자회담식 메커니즘 검토해야"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홍릉국방포럼 2026'이 열렸다.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 핵문제의 조기 해결이 어려워진 만큼 남·북·미·중 등 관련국이 참여하는 위기관리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을 한 현실을 반영해 핵위험 감소와 군사적 충돌 방지,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홍릉국방포럼 2026' 1세션 '국제질서의 불확실성과 각국의 안보·국방 전략'에서는 북핵 현실화와 미중 경쟁 심화 속 한반도 위기관리 방안이 논의됐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비확산연구센터 고문은 '북한 핵무장 시대 한국의 한반도 비핵평화 전략' 발표에서 "오늘 한미 정부가 새로이 직면한 대북정책 환경의 불편한 진실은 북한이 이미 핵무장했고, 완전한 비핵화, 조기 비핵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전 고문은 한국의 비핵화 외교가 실패한 원인으로 동북아 지정학의 힘, 북한 정권의 저항성 과소평가, 북한 붕괴 가능성 과대평가 등을 꼽았다. 또 한반도 특수성을 외면한 해외 비핵화 모델의 적용, 충분히 숙고되고 기획된 비핵화 전략의 부재, 정권교체 때마다 달라진 대북정책 등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했다.

전 고문은 북한이 핵무장을 정권안보와 체제보장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비핵화를 포기할 경우 북한의 핵 능력 확대를 막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매년 15~20기의 핵무기를 늘리게 되면 북한은 2035년 세계 4대 핵무장국으로 부상하게 된다"라며 "이런 핵무장력 증강과 핵무장국 지위 상승을 저지하려면 더욱 적극적인 북핵 외교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고문은 핵 동결에서 출발해 축소와 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현실적 접근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단계적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불신 관계에서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핵 위협 중단·불사용 원칙 채택 등 단계적 접근해야"

전 고문은 핵 리스크 감소와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미(중) 정치군사회담 추진도 제안했다. 북한이 계획된 전면전쟁을 개시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고도의 군사적 대치와 대규모 군사훈련, 오인·오해로 인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고문은 핵 위험 감소 의제로 △핵 위협 중단 △위기관리용 대화채널 유지 △핵 교리와 핵 태세의 투명성 제고 △핵 불사용 원칙 채택 △핵 준비태세 완화 △핵탄두와 발사체의 분리 보관 △핵 지휘통제권의 다중 통제 △전략적 안정성 대화 개최 등을 거론했다.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교수 겸 부소장은 '한반도 안보 동학의 변화와 미중관계' 주제 발표에서 한반도 안보환경이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외교 붕괴와 남북 긴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파급효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 등으로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오 교수는 "정치적 해결책을 확보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다차원적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이 북미 대화의 재활성화를 촉진하고, 남북 대화와 미중 외교채널 복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오 교수는 또 "미국, 중국, 북한, 한국으로 구성된 4자 대화를 통해 평화조약을 공식 체결하는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6자회담 재활성화를 통한 다자적 동북아 안보 메커니즘과 지역 군비통제 협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날 논의는 북한 핵문제가 양자 협상이나 선언적 비핵화 목표만으로 풀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등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