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란 재건 시장 진출 '걸림돌'은?…"美 제재·종전 합의 불확실성"
전문가 "2015년 JCPOA 때 제재 문제 간과…잘 되돌아봐야"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이후 우리 기업들이 '중동 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뿐 아니라 이번 전쟁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 전반을 대상으로 재건 수요를 파악해 국내 기업들의 참여 가능한 분야를 발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수준의 대규모 이란 재건 기금이 명시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회 요인'을 찾아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동 재건 사업이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향후 미국과 이란 간 추가 협상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해결 문제 등이 사업의 지속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23일 지적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인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후 우리 기업의 대중동 피해 복구 참여와 더불어 중동과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경제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외교부 내 '한-중동 포괄적 경제 협력팀(TF)'을 설치했다"며 "재외공관을 통해 중동 각 국가들과의 맞춤형 협력 수요를 적극 발굴해 왔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이번 전쟁 중에도 한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어려울 때도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확실히 했다"며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중동 관계를 한층 더 다져나가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조해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구상은 걸프국들을 비롯한 중동 지역 전반의 재건 문제와 관련된 것일 뿐,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에 언급된 '이란 재건 기금'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외교부는 강조했다. 아직 해당 기금의 구성이나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미국이나 이란 측으로부터 '이란 재건 기금'에 대한 참여 요청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직접 중동 재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총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제6항에는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최소 3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 차원의 재건·배상 프로그램이 아닌, 민간 기업들이 이란의 에너지·물류·제조·운송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기업들이 출자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물밑에서 일정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두고 국내 건설·에너지·철도·통신·가전 등의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 2015년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협) 체결 이후에도 다양한 재건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 과정에서 한국은 이란과의 외교적 소통을 가장 긴밀히 유지해 온 국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란 시장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재건 사업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 감안해야 할 리스크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란에 대한 제재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지난 2015년 미국(오바마 행정부)·이란의 JCPOA 체결 때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 정부와 손을 잡았다"면서 "당시에도 사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는데 결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제재가 원상복귀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전부 철수하고 큰 손해를 입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센터장은 "이번 MOU에도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경제 기금 조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중동 지역에 진출했다가 이후 현지 상황이 급변할 경우 안고 가야 할 리스크가 아직은 훨씬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학과 교수 역시 "미국 의회에서 의결한 이란 제재 관련 법안들을 단박에 해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통령 행정명령으로도 제재를 피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꺼낸 아이디어가 민간 기업들의 자본을 기반으로 한 재건 투자 기금 방식인 거 같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이란에 대한 제재가 여전히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미국 정부 내에서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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