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정말 '비핵화'를 추구했나…중국식 '중재 외교'의 이면
"中 외교에 '진정한 중재' 있었나 재평가 필요" 의견 제기돼 눈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중국이 중동 사태나 북미 대화의 '중재자'로 역할을 했거나, 앞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전직 고위 외교관의 분석이 나왔다. 전략적 이익을 중시하는 중국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점에서다.
조구래 세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8일 '중국식 중재 외교의 실체와 한계' 보고서에서 중국식 '중재 외교'는 국제법상 '주선', '조정', '중개' 등의 개념으로 구분해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외교부 기획조정실장과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외교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퇴임했다.
조 연구위원은 중국 외교부가 지난 2023년 발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개념문건에 중국을 '중재자'로 규정하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짚었다. 중국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은 국제법상 갈등 당사자 간 대화를 연결하는 '주선' 또는 '조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GSI의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내정불간섭인데 '중재자'임을 선언하는 순간 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라며 "나아가 중국이 참여하고 싶지 않은 분쟁에서도 역할을 요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촉진자'라는 모호한 표현을 유지함으로써 경제적 이해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선별적으로 관여할 자유를 보존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식 중재 외교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한 것(2023년)과, 미얀마 내전 때 피해를 입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 협의를 통해 '쿤밍 합의'를 견인한 것(2024년) 등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조 연구위원은 "강대국 간 첨예한 전략적 이해가 걸려있지 않은 현안이거나, 중국의 경제적 레버리지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에 집중했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이 개입한 '중재' 사례들의 상당수가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얀마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중국은 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군부 편에 서서 자국 경제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중국의 중재가 분쟁 해결보다 자국 이익 관리의 수단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심을 샀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란 사태와 관련해서도 조 연구위원은 한때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에게 있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이란과의 관계 설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공정한 입장'에 서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
조 연구위원은 이러한 모습이 과거 북핵 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중재자' 또는 '건설적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있지만, 실제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였는지 혹은 북한을 적절하게 관리해 역내 안정과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이었는지는 냉정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중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비확산' 백서에서 "조선반도 비핵지대 설립지지"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중국은 조선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표현만 담았다는 것이 이같은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 중국은 또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북한과의 밀착을 강화하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외교 전선을 꾸리고 있는데, 최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반도 북핵 문제는 중국식 중재 외교의 대상에서 이미 오래전에 제외된 이슈로서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슈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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