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달러 규모 이란 재건 사업, 韓에 호재도 리스크도 불확실
건설업계 호재 전망 속 '기회 제한적일 수도' 의견
'트럼프식 전쟁 청구서' 되면 부담…'완전한 종전' 달성 여부도 관건
- 이훈철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정윤영 기자 = 미국이 이란과 종전의 대가로 3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재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전 이후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 우방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재건 사업이 추진될 경우 건설업계 등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란 일부 평가가 있지만 기금의 성격과 조성 방식 등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종전' 추진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지켜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동결 자금 해제 문제와 함께 이란의 경제 회복을 위해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의 재건 기금을 조성하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막대한 기금을 정부의 돈이 아닌 동맹과 우방국의 민간 자금을 중심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조성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새로운 기금은 재건이나 배상 프로그램이 아닌 민간 투자이며, 이미 절반 이상은 투자가 확정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미국 회사가 투자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투자 약정 분야는 에너지·물류·제조업·운송 등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참여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설·인프라 등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망과 기대가 나오고 있다.
과거 한국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이번 이란 재건 사업이 또 하나의 중동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재건 사업을 펼쳐 달라고 하면 한국은 사실 재건 사업을 한 경험도 꽤 있고 잘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면 기금 조성에 참여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등에 기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아마도 한국에 기회가 있긴 하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중동 지역에 있는 걸프국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순위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를 포함해서 미국의 우방국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가고 한국을 굳이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우선순위는 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16일(현지시각) 폭스뉴스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이란 재건 기금에 대해 "미국 돈은 단 1센트도 이란으로 가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아닌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돈이다. 그들은 이란에 투자하고 발전소를 건설하고 싶을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기금의 성격과 조성 방식 등이 아직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김재천 교수는 "민간 기업이 참여하더라도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라는 방식일 수도 있고, 몇 가지 리스크가 분명 있어 보인다"며 "또 한국만 참여하라는 게 아니고 일본 그리고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에게도 요구를 하는 것이니까 조금 더 상황 파악을 해봐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3000억 달러의 기금이 우방국들에 대한 '전쟁 청구서'로 작용해 외교적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신에서 나오는 보도의 내용이 '미국의 방안'인지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내용인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좀 더 선명해져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내내 한국을 비롯해서 한국, 일본, 나토 유럽 국가들 심지어 중국까지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방국이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며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며 "미국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한국이나 일본 또 나토 동맹국들에게 받아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 등 한미 간 다른 현안과 이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또 기금 조성에 대해 불거진 미국 내 반대 여론과, 이스라엘의 반발, 또 종전 MOU 체결 후에도 60일간의 추가 협상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 등을 감안했을 때 중동 전황의 '확실한 안정'이 보장될 수 있을지도 문제다.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기금 조성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정 교수는 "3000억 달러 재건 기금 조성은 아직은 좀 이른 생각인 것 같다"며 "MOU를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60일 동안 핵 문제 관련해서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안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스라엘도 지금 네타냐후 정권의 연장과 맞물려 중동 지역 전쟁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행동은 재건 사업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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