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급 정상화 중요성에…'나무호 사건' 미루고 이란과 소통 불가피

중동산 원유 확보, 호르무즈 고립 선박 탈출 등 과제 산적
'나무호 사건'으로 어색해진 한-이란 관계…협력 강화 필요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중동 전쟁이 106일 만에 종전 국면에 들어섰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급등하며 국내 경제에 타격이 커진 만큼, 중동산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망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손꼽힌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3개월 반째 고립된 우리 선박과 선원들을 안전하고 조속하게 탈출시키는 방안도 중요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이란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무호 피격 사건'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세적 외교 기조를 잠시 접어두고, 양국 관계 '관리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15일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라고 밝혔다.

이후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도 국영 TV 인터뷰를 통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전이 선언됐다"라고 발표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열고, 이후 60일 동안 제재 해제와 후속 조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완전한 종전'은 최소 60일 이후 공식 선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 통항 재개 외에 MOU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종전 협상의 주요 쟁점이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 및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 여부 등은 서명식 때 공식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우리 선박 및 국민의 조속한 탈출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LNG 등 에너지 수급 정상화를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빠르게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오만 무산담 해상에 늘어서 있다. ⓒ 로이터=뉴스1
전문가 "종전 합의에도 여전히 공급망·호르무즈 상황 불확실성 커…이란과의 소통 중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달해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경제적 타격을 받았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우선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은 호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곧바로 에너지 공급망의 정상화나 시장 안정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지역의 많은 에너지 시설들이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 원유 시장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전쟁 기간 치솟았던 물류비도 단시간 내려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우리 선박 24척과 한국인 선원 137명의 조속한 탈출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 개방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주도권이 있는 이란 외무부는 종전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도 해협 개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 세부 조건들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선박들의 항행 재개를 두고 양측이 어떤 조건과 방식에 합의했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우리 선박의 조속한 탈출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이란과 밀접한 소통을 지속해 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4차례의 전화 협의를 지속했으며, 이해관계국 중 유일하게 이란 현지에 2주간 특사를 직접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피격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달 27일 외교부는 나무호 피격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란의 대함미사일이 나무호를 타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미사일 발사 의도가 '피해를 입히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공격이 이란 정규군 소행인지 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나 제3의 세력의 소행인지 등은 특정하지 않았다. 이란 외교당국 역시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해당 사건이 양국 정부 차원의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우리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 복원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배경에는 전후 중동 재건 사업과 향후 경제 협력 필요성도 깔려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등 직접 피해 당사국의 재건 수요와 함께 전쟁으로 인해 멈췄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2015년에도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JCPOA)를 체결했을 때 우리 기업들이 중동의 석유, 가스 회사들과 협력을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란 테헤란에 갔던 전례가 있다"며 "당시 실질적인 성과가 있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국내에서 비슷한 기대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