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종전 후 韓 과제는…에너지 안보 복구·나무호 해법 '이중 숙제'
"원유 수급 안정 시급…중동 재건사업 선점 경쟁도 주시해야"
피격된 HMM 나무호 책임 규명 놓고 전문가들 시각 엇갈려
- 김예슬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유민주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약 석 달 반 동안 이어진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주말 안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라고 언급한 가운데, 12일 정부도 종전 이후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란의 핵 문제로 불거진 이번 전쟁은 전 세계로 가는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로 확장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데다 전쟁 과정에서 우리 선박과 선원들이 해협 일대에 강제로 발이 묶이게 되면서 문제가 됐다.
이처럼 중동 정세가 한국의 에너지 안보 문제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종전 후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주로 에너지 안보 사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종전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머무는 우리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실제 해협에서의 항행 정상화까지는 미국과 이란 간 추가 조율이 필요할 수 있어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전이 타결된다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가 가장 먼저 다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과 이란 모두와 소통하면서 우리 선원과 선박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어 안정적 원유 수급 방안 확보가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국내 물가와 산업계 부담이 커진 만큼 중동산 원유 공급망을 신속히 정상화하고, 유사시 대응 방안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쟁의 피해를 입은 중동 재건 사업과 향후 경제 협력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란 등 직접 피해 당사국의 재건 수요와 함께 전쟁으로 인해 멈췄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미래도시 프로젝트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민 교수는 "중동은 이제 건설 시장을 넘어 에너지, 첨단기술, 방산 협력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중동 안정화는 한국과의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과제는 이란과의 관계를 어떤 수준으로 설정하느냐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란과 한국은 전쟁 국면에서도 밀접한 소통을 했지만, 지난 5월 발생한 'HMM 나무'호의 피격 사건이 이란 측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면서 양국 관계가 어색해졌기 때문이다. 또 전쟁 기간 동안 이란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다른 중동 국가들의 대(對)이란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도 전반적인 중동 협력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종전 후 UAE, 사우디,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와 이란과의 관계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현재 UAE·사우디·카타르 등과 경제 협력이 활발하지만 미래 잠재 시장인 이란도 포기할 수 없다"며 "아랍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HMM 나무호 문제의 온전한 해법을 찾는 것도 과제다. 우리 국민이 다른 국가 세력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사건인 만큼 '유야무야식' 해결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과, 공격 주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등 중동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에너지·재건 등 이란과의 경제 협력과 책임 규명은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란과의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나무호 피해 문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희수 교수는 "전쟁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사과를 요구할 성격은 아니다"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선박 안전 확보와 경제적 실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나무호 피격 사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란의 대함미사일이 나무호를 타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미사일 발사 의도가 '피해를 입히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다만 정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 정규군, 또는 제3의 세력 중 어떤 세력이 나무호를 공격했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이란 외교당국은 정부의 조사 결과를 시인하지 않으면서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는 이번 사태에서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로 귀결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정 해상 통로와 원유 공급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새로운 에너지 안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성이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도전받을 수 있다"며 "대체 항로 확보와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대를 파견할 것을 요구한 사례처럼, 미국의 대외 강경 행보에 대한 동참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계속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 안보 문제에 이어 '에너지 안보' 문제도 동맹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긴요한 외교적 수단이 된다는 경험을 얻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