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200일 만에 소통…'대미 투자·핵잠' 접점 모색에 주목

지지부진한 핵잠 및 원자력 협력 문제 돌파구 마련 필요
韓, 美 MFC 참여 등 호르무즈 협력에 긍정적 메시지 냈을지도 관심사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7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 정상이 약 200일 만에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한미 간 '지연된 현안 협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정부의 대미 투자와 맞물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등의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탑 다운'식 해법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18일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17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통화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문제, 중동 정세 및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이행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직접 소통한 것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200일 만이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13~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진행된 것이다. 또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의 민간 선박인 'HMM 나무'호가 이란 추정 세력의 공격을 받아 한국 역시 중동 상황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미중 정상이 논의한 한반도 관련 사안은 물론 중동 정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한미 간 현안에 대한 조속한 협의 이행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잠·원자력 협의 다시 움직이나…대미 투자와 '패키지 조율'

한미 간 최대 현안은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한국의 입장에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의 가동이다. 한미는 지난 1월 외교·국방 및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하려 했으나,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핵잠 및 원자력 협력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 간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미국과 첫 대미 투자 사업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하며 의견을 좁히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주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관련 사안을 논의하면서다. 정부는 내달 18일 대미투자특별법이 공식 발효하면 첫 대미 투자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주 외교부 차관도 이날부터 2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등을 만나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조치와 한미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대미 투자 문제와 핵잠 등 안보 사안이 연계가 된 만큼, 정부의 이러한 동향에 맞춰 미국도 안보 협의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축·재처리와 핵잠 문제는 계속 진척되고 있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날인 1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약간 진전이 있다"라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나 핵잠 관련 협의가 본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보고드릴 수 있게 하려고 한다"라고 밝힌 점도 한미 간 안보 협의가 비로소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만든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핵잠 건조와 관련해 시기와 방식 등 세부 내용이 담긴 '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기본계획 수립도 미국의 지원이 필수인 핵연료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일정한 소통이 진행됐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중동' 동시 점검…대북 공조 재가동 신호?

이번 통화에선 중동 정세와 관련한 논의도 비중 있게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안보 부담을 동맹국에 분산하려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무호 피격 사건을 이유로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교통로 확보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통화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고, 미국이 중국과의 협의 이후 입장을 동맹국에 설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는 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사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도나 구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한반도 및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간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북미 대화가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이번 정상 간 통화에서 정부가 향후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를 일정 부분 확인·평가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