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수출 200대 이상"…사천 하늘 가른 KF-21 현장 가보니

김종출 KAI 사장 "글로벌 수출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

1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기장에 대기 중인 KF-21 양산 2호기.(사진공동취재단)

(사천=뉴스1) 허고운 기자

현재 수출 상담 중이거나 가능성을 가진 물량이 200대 플러스 알파 정도 됩니다. 알파 부분을 확장하면 욕심 같아선 1000대까지 가능하다고도 봅니다

지난 13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047810) 본사에서 만난 김종출 KAI 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미래를 묻는 말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수출 계약이) 거의 막바지 단계이고, 필리핀·말레이시아·폴란드와도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등과는 공동 연구개발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고, 태국·이집트··이라크 등도 관심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F-21의 장점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다"라며 "라팔·유로파이터보다 성능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총수명주기 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KF-21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태계와 미래 전투체계의 플랫폼"이라며 "한국 공군 전력화는 물론 글로벌 수출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에 따르면 KF-21은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최초 양산 20대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 25일 양산 1호기가 출고됐고, 22일 만인 4월 첫 비행에도 성공했다. 공군은 올해 9월 이전에 KF-21 양산 1호기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체계개발 기간 10년 6개월을 계획대로 마무리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1만3000여건의 시험조건과 1601소티 비행시험을 무사고로 완료했다"라고 강조했다.

14일 경남 사천에서 이륙 중인 KF-21 시제기.(사진공동취재단)

그는 "과거 미국 록히드마틴에서도 '정말 할 수 있겠느냐'라는 의심이 많았지만 결국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라며 "능도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 및 추적장비(EO TGP) 등 핵심 기술을 대부분 국산화했다"라고 설명했다.

KAI는 KF-21을 향후 전자전 능력을 강화한 'KF-21 EJ', 스텔스 성능과 내부무장창을 강화한 'KF-21 EX' 등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무인 복합체계와 무인전투기, 위성 연동체계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공군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KF-21 미디어데이'를 열어 KF-21 생산공장과 시험비행현장, 미션컨트롤룸(MCR) 등을 공개했다. 군 초도 인도 물량인 20호기까지의 KF-21 동체가 한 공간에서 조립되고 있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산 2호기의 공개 역시 처음이라고 공군은 설명했다.

취재진이 찾은 KAI의 고정익 생산동은 K-방산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내부에는 KF-21과 FA-50이 동시에 조립되고 있었다. 우리 공군용은 물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폴란드 수출형 FA-50 생산도 한창이었다.

생산라인 곳곳에선 자동화 공정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동체는 무인 운반장비가 정확하게 이동시키고 있었고, 수천 개의 리벳을 박는 작업에도 자동화가 적용됐다. 레이저 기반 정밀 계측으로 1000분의 1 수준 오차까지 관리한다고 KAI 측은 설명했다.

김 사장은 "KF-21을 연간 2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고, 좀 더 투자를 하면 30~40대까지 늘릴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수출 물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계획하고 있는 물량까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4일 경남 사천 KAI 고정익 생산동에서 조립 중인 KF-21 양산기.(사진공동취재단)

KF-21에는 내부 장비만 약 600개가 들어가고, 정비·점검을 위해 열 수 있는 커버만 370개에 달하는 복잡한 항공기다.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장 곳곳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국가대표 전투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공장 견학 뒤 취재진은 사천공항 활주로에서 KF-21 시제기의 시험비행도 지켜봤다. 회색 기체는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달렸고, 곧 힘차게 이륙했다. 비행은 공대지 무장과 AESA 레이더 관련 시험을 위해 이뤄졌다.

시험비행은 MCR에서 실시간으로 관리됐다. 양산기와 달리 시제기는 비행의 모든 과정을 엔지니어들이 모니터링한다. 조종사의 음성과 기체 상태, 비행 데이터가 동시에 전송됐고, 엔지니어들은 조종사의 숨소리까지 들으며 상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손성진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전력계획과장은 "대한민국 독자 개발 전투기 KF-21 도입은 단순히 F-4, F-5 등 장기 운영 전투기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인 자주국방 시대를 열고 군과 방산이 상생할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공대공 전투 능력을 갖춘 KF-21 블록Ⅰ 40대를 만드는 최초 양산을 2028년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방위사업청과 군 당국은 예산 한정을 이유로 블록Ⅰ 완료 시점을 2029년으로 1년 늦추고 블록Ⅱ 전력화 완료 시점도 2036년으로 최대 4년 지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블록Ⅰ 예산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2027년 예산은 반드시 반영됐으면 좋겠다"라며 "착수가 늦어지면 전반적으로 생산 역량과 단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