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대공'에서 '경제 안보'로…국정원법 개정으로 韓 안보 체계 전환"

전략연 "국가안보 개념 확장…국정원 역할 변화도 불가피"

남재준 국정원장의 대국민사과발표가 있는 15일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민원실에서 국정원 로고를 촬영하는 취재카메라를 국정원직원이 손으로 막고 있다. 2014.4.15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경제 안보'를 포함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한국의 국가안보 체계가 기존 '방첩·대공' 중심 구조에서 경제·기술·공급망 중심의 '경제 안보'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14일 나왔다.

김현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정원법 개정과 경제 안보 시대 국가정보체계의 전환' 보고서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권한 조정이 아니라 국가안보 개념 자체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7일 국가정보원의 직무 범위에 '경제 안보'를 명시하고, 사이버 안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이 그동안 별도 법령(재정경제부 소관 법률)을 근거로 수행해 온 경제안보 업무를 국정원법에 따라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명확히 하고, 공급망 리스크와 첨단 기술 유출 등 경제·기술 영역이 국가안보 핵심 변수로 부상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 경쟁과 특정 국가가 배후에 있는 해킹 조직에 의한 민간 침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군사·대공 중심 정보 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제안보 기능의 제도화와 사이버 위협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첨단기술 패권 경쟁, 산업기술 유출, 해외 영향력 활동 확대 등 국제 환경 변화가 경제와 기술 영역을 국가안보의 핵심 영역으로 재편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도체·AI·바이오·배터리·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이 전략적 자율성과 생존 역량을 좌우하는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들은 경제안보를 정보 및 방첩 체계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국가안보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짚었다. 정보기관 역시 전략산업 보호와 기술 주권 확보를 담당하는 '경제안보형 정보기관'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안보 시대로의 변화에 따라 방첩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간첩 색출과 군사기밀 보호 중심이던 방첩이 산업기술 탈취, 연구데이터 유출, 공급망 교란, 해외에서의 영향력 확장 활동 등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국정원의 역할도 △해외 산업정보 분석 △공급망 리스크 조기경보 △핵심기술 보호 △경제적 강압 대응 △연구보안 지원 △해외 영향력 활동 탐지 등 경제안보 전반을 포괄하는 역할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제언했다.

다만 경제안보 기능 확대는 권한 남용과 민간 영역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법적 범위 명확화와 국회 통제,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안보 기능의 확대는 단순 권한 강화가 아니라 민주적 통제와 민관 협력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