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협정'만으론 핵잠 도입 어렵다…인태 정세 기여 모델 설정해야"
"군사용 핵협력 별도 체계 필요…한미 협력 구조 재설계 과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을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123 협정)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용 핵연료 및 추진체계 협력은 별도의 협정 체계를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 한국의 '기여 모델'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3일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과 운용, 한국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민간 영역에서의 원자력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틀인 '123 협정'은 군사용 핵협력의 법적 기반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드 연구위원에 따르면 영국 역시 핵잠 개발 과정에서 미국과 협력했지만, 이는 '123 협정'이 아닌 1958년 상호방위협정(MDA)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이 협정은 원자로 설계, 핵연료, 추진체계 등 군사용 핵기술 이전을 가능하게 한 핵심 제도적 장치로,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지속적이며 누적이 가능한 협력 구조로 운영됐다.
또한 워드 연구위원은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역시 기존 방산 협력 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별도의 핵잠 기술 공유 체계를 구축한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는 핵잠 협력이 일반 방산 협력이나 민간 원자력 협정으로는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워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워드 연구위원은 핵잠 도입을 단순한 무기 획득 사업으로 접근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사례처럼 설계·건조·정비·해체까지 포함한 장기 산업 기반과 운용 개념을 동시에 구축하지 않을 경우 사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핵잠은 단순한 원자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장기 산업 체계"라며 "설계와 건조, 유지·정비, 해체까지 포함한 국가적 역량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워드 연구위원은 민간 원전 산업과 군용 원자로 체계가 인력과 기술 측면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도 핵심 변수로 꼽았다. 원전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핵잠 운용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 기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으로, 한국이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핵잠 운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으로 해석된다.
워드 연구위원은 핵잠 관련 미국의 기술 이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전략적 기여가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핵잠이 인도·태평양에서 미 해군의 작전과 해상 교통로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워드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핵잠 도입은 단순한 기술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 군사·전략 협력 구조를 재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된 한국형 핵잠의 역할을 구체화해야 제대로 된 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 전략 전반과도 맞물린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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