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사건에…中 '종전 중재자' 역할에 주목하는 정부
전쟁 종결 급한 미국, 중국에 '중재 역할' 강화 요청할 수도
'나무호 사건' 대응 유예하는 정부…종전 협상 향방에 촉각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중동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이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이란 간 '제대로 된' 협상 재개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는다면, '나무호 피격' 사건으로 외교적 딜레마에 처한 우리 정부의 출구 마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12일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15일 귀국한다. 두 정상은 이틀 동안 최소 6번의 공식 행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긴밀한 소통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이란이 미국의 종전 협상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해왔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구매하는 중국이 이란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이번 전쟁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주장함과 동시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의 중국 수출에 연루된 중국 기업 9곳과 개인 3명을 추가 제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과 중국 양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두고 시 주석과의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중국은 중동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만 문제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낼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6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에 불러들여 현지 정세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이란은 평화적으로 핵 에너지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며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란의 '뒷배' 역할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압둘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이란대사도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와 관련 "어떤 잠재적 합의든 반드시 강대국의 보증이 수반돼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영향력 있는 두 주요 강대국"이라고 밝혀 미국과 중국의 소통에 따라 이란도 일부 기조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중동 문제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어떤 식으로 호응하는지에 따라 이러한 관측의 사실 여부도 보다 밀도 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은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정부는 당초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북한과의 새로운 접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고대해 왔지만, 막상 정상회담이 다가오자 대북 접촉보다는 나무호 사건의 결정적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커진 듯한 기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초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핵 문제 같은 한반도 의제가 얼마나 깊이 있게 논의되느냐에 있었지만,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는 전쟁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가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더 중요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중동사태 속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해 온 이란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아직까지 정부는 "공격 주체는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외교부가 공개한 사고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사고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란이 의도적으로 한국 선박을 겨냥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부 차원의 강경한 대응책이 불가피하다. 이란 정부를 상대로 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일각에서는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선박 26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돼 있고, 중동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란은 원유 등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주요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정부는 대응 방향 설정에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정부는 우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우리 선박을 빼내는 일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 뒤에 나무호에 대한 '공격 주체'를 확정하고 이란에 배상 요구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는 이란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가들과 연대를 통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강경 대응'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해도 미국의 군사적 대응 동참 요구는 일단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외교적 보폭을 다각화할 공간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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