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공격 주체 '이란' 지목은 시간문제…정부 강경 대응 가능할까

정부, 2차 조사 거쳐 공격 주체 특정 방침…"외교적 규탄·배상 요구 가능"
"파병해야" 여론도 제기되지만…에너지·중동 관계 고려 현실론 우세

미상 비행체의 타격으로 피해 입은 선박 '나무호'의 외부 모습.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1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한 정부의 2차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격 주체가 확인된 뒤 이뤄질 정부의 대응 방식과 수위도 12일 주목된다. 여러 가지 정황이 가리키는대로 이란이 공격 당사국으로 지목된다면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무호 사건은 우리 국민 생명 노린 공격"…'강경 대응' 주문 목소리 커진다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동사태 발발 후 줄곧 호르무즈 해협 내측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 정박 중이던 나무호는 지난 4일(현지시간) 2기의 '미상의 비행체'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선체 외부 충격 흔적과 폭발 양상 등을 고려할 때 자폭형 무인기(드론)에 의한 피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란이 중동사태 이후 중소형 드론을 사용해 주변국을 공격해 왔다는 점에서 공격의 주체가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비행체의 파편이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의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제기되는 '이란의 공격 정황'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이란에 설명하면서 '이란의 해명'을 요구하고, 2차 조사를 통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서도 '공격'을 위한 군사적 활동을 벌이는 국가가 이란 외에 없다는 점에서 이란이 공격 주체로 지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이 해외의 특정 세력에 의해 장기간 고립된 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고강도 공격을 받은 사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공격 주체를 확인한 뒤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모호함은 더 이상 신중함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단계별 대응 방침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누가 대한민국 선박을 공격했는지, 왜 공격 주체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정부는 밝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전날 나무호에 대한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공격 주체가 특정된 뒤 어떤 조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 "외교적 규탄·배상 책임 제기해야"…'군사적 대응' 필요성도 제기

전문가들은 향후 이란이 공격 주체로 특정된 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외교적 규탄은 물론 필요시 배상 책임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란 등 중동국이 한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원칙적인 차원의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차원에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공격 주체와 수단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이란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확인된다면 민간 상선을 대상으로 한 군사 행동인 만큼 강력하게 항의하고 외교적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민간 선박은 가장 무기력한 대상인데 이를 공격했다는 건 국제 규범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규탄과 재발 방지 요구, 배상 책임 문제까지 제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특히 민 교수는 "에너지 협력과 안보 문제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명확하게 짚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보다 강한 수준의 대응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그동안 중동사태 속에서 최대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며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됐다"며 "이번에도 약하게 대응하면 한국은 압박하면 물러서는 나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 선박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군사적 대응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파병은 미국과 함께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 국민과 선박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라며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정부가 군사적 대응, 즉 파병 카드까지 검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과의 외교 관계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 안전 문제와 우리 교민에 대한 안전 문제도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행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중동사태 후 단행한 자금줄 차단 목적의 추가 제재에 적극 동참하거나, 유엔 등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피해 배상을 청구하면서 호르무즈에 갇힌 다른 한국 선박의 즉각적인 '탈출'을 요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yeseul@news1.kr